누리 마티네즈 전 LA시의장과 케빈 데 리온, 길 세디요 등 3명의 히스패닉계 시의원이 주고받은 인종차별 발언 및 동료비방 스캔들이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지난해 이들이 비공개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의 녹음이 공개되면서 불러온 메가톤급 파장은 미 전국과 백악관에까지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이 사태로 마티네즈 전 시의장은 12일 사임했고, 나머지 두 시의원에 대해서도 사임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한 시간 분량의 녹음 내용은 마치 음모와 배신, 등 뒤에 칼 꽂기가 판치는 권력자들의 은밀한 세계를 다룬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시의원들이 정치적 이득을 위해 선거구를 마음대로 재단하려 모의하고, 그 과정에서 인종 간 편 가르기를 서슴없이 자행하는, 책임 있는 공직자상과는 전혀 동떨어진 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마티네즈 전 시의장은 평소 소수계의 권익옹호를 우선시하는 진보적 정치인으로 비쳐졌으나 뒤에서는 동료 시의원의 흑인 아들을 ‘원숭이’라고 조롱하고 특정 민족을 ‘어글리’로 부르는 등 위선적인 행태를 보여주었다. 그가 대화도중 차별적 언사를 내뱉은 대상은 흑인, 동성애자, 멕시코 원주민, 유대인, 아르메니안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히스패닉을 제외한 모든 집단을 향하고 있다. 겉으로는 소수계 다양성과 민권을 위해 노력하는 척하면서 뒤로 분열적 언사를 서슴지 않으며 담합하는 이들이 미국에서 가장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LA의 시의원이 될 자격이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이들의 은밀한 대화가 바로 선거구 재조정을 둘러싸고 이뤄졌다는 사실로, 이에 가주 검찰은 전면 수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또 한가지 밝혀진 사실은 한인타운이 포함된 10지구의 마크 리들리 토마스 시의원이 뇌물혐의로 기소되어 공석이 된 자리에 자신들의 편이 되어줄 사람으로 헤더 허트를 거론했고 바로 지난달 그녀가 후임이 됐다는 것이다.
정치판의 파워게임과 인종 분열적 음모에 한인 타운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아야겠다. 인종적으로 편 가르기를 하는 정치인, 유권자들의 권익보다는 개인의 권력 유지와 정치적 이득만 노리는 공직자들을 철저히 가려내고 배척해야한다. 모든 선거에 반드시 참여하고 투표해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