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작과 함께 시행돼온 LA시의 세입자 퇴거유예 조치가 근 3년만인 2023년 1월말로 종료된다.
‘코비드-19 이빅션 모라토리엄’은 2020년 3월 갑작스럽게 찾아온 팬데믹으로 경제가 셧다운되자 이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내놓은 구제책이었다. 식당, 리테일, 호텔, 여행사 등 서비스 업소들이 폐쇄되면서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렌트비를 내지 못해 퇴거당하면 노숙자가 급증하고 코로나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져나갈 것을 우려한 것이다. 실제로 이 보호조치 덕분에 계속 증가하던 노숙자 숫자가 팬데믹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됐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퇴거유예는 말 그대로 조치를 미루는 ‘유예’였을 뿐 렌트비 탕감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제 그동안 렌트비가 밀린 세입자들은 두 번의 마감일까지 이를 모두 갚아야한다. 그러나 많은 건물주들은 이에 대해 비관적이다. 어려운 형편의 세입자들이 거의 3년 동안 밀린 엄청난 액수의 렌트비를 한꺼번에 낼 수 있으리란 기대가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벌써부터 퇴거조치 수순을 밟기 시작한 건물주도 적지 않다는 소식이다. 실제로 내년 2월부터 법적 퇴거가 시작되면 상당한 숫자의 저소득층 세입자들은 살던 곳에서 쫓겨나게 되고, 그중 또한 상당수가 거리로 내몰릴 처지에 놓일 것이다.
이제 팬데믹을 넘어서 보다 근본적인 문제, 남가주의 주택난과 높은 임대료의 해결에 집중해야할 때다. 주택 불평등 문제는 이곳에서 거주하고 일하며 꿈을 펼치고자 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타주로 쫓아내는 주요 원인이다.
지난 4일 LA시와 주택국은 저소득층 렌트 보조 프로그램인 ‘섹션8 바우처’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추첨을 통해 3만 명을 선정한 후 서류심사와 인터뷰를 통과한 사람에게 주택 사이즈에 따라 1,245~4,574달러의 렌트 보조비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또 LA시 제13지구에서는 중간 소득이 80% 이하인 주민들에게 가구당 5,000달러의 지원금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런칭했다.
이 같은 저소득층 임대지원 프로그램이 더 많이 효율적으로 시행돼야겠다. 아울러 럭서리 주상복합만이 아닌 서민을 위한 아파트와 콘도 건축에도 더 많은 인센티브가 주어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