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 줌월트
2022-10-03 (월)
정민정 / 서울경제 논설위원
2020년 6월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며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자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당시 무소속)이 미 해군 스텔스 구축함 ‘줌월트’의 제주 해군기지 순환 배치 등을 대안으로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바다의 요새’로 불리는 줌월트의 탄생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 해군은 1970년 이후 건조한 100여 척의 함정을 2000년대 말까지 전면 대체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차세대 구축함 프로젝트가 수립됐는데 스텔스 구축함 1번함에 ‘줌월트’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베트남전쟁 당시 활약했던 엘모 러셀 줌월트 주니어(1920~2000) 해군 제독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미 해군 사상 최연소 참모총장이며 1980년대 신형 전투함 건조를 주도한 업적으로도 유명하다.
수차례 계획 변경을 거쳐 2016년 취역한 ‘줌월트’는 미 해군의 핵심 전략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SF 영화에 나올 법한 우주 전함을 연상시키는 외관의 구축함은 길이 185m, 배수량 1만 4,500톤으로 미군의 주력 전투함인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보다 약 1.5배 무겁다. 가장 큰 장점은 레이더와 음파 탐지기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 기능이다. 선체에 레이더파를 흡수하는 복합 재료를 적용했고 레이더파의 반사율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체를 각지거나 곡면으로 설계한 게 특징이다. 축구장을 옆으로 세운 크기의 줌월트가 레이더 추적으로는 200톤 크기 어선으로 탐지되는 비결이다. 대신 공격 기능은 대폭 강화됐다. 앞 갑판에 장착된 155㎜ 함포는 154㎞까지 타격할 수 있으며 함대함·함대지미사일 등 총 80개를 동시에 운용할 수 있다. 현재 2척의 줌월트급 구축함을 운용 중이며 1척을 건조하고 있다.
미 해군이 최근 줌월트를 일본 요코스카항에 배치했다는 소식이다. 중국과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 도발로 대만해협 및 한반도 주변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력 보강 차원으로 해석된다. 진정한 한반도 평화 체제를 만들려면 가치 동맹을 튼튼히 하는 한편 첨단 무기 등 압도적 군사력을 갖춰야 한다.
<정민정 / 서울경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