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九容九思(구용구사)

2022-09-29 (목) 최규용 / 메릴랜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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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가지 모습(九容)과 아홉 가지 생각(九思)’이라는 뜻으로 공자의 예기(禮記)와 논어(論語)에 나오는 말이며 조선시대 어린이들의 교과서 소학(小學)에도 들어있다.
특히 율곡(栗谷) 이이(李珥)는 학문을 하는 젊은이들을 위해 쓴 책 격몽요결(擊蒙要訣)에서 ‘자기의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수습하는 데는 구용보다 더 좋은 것이 없고, 또 학문을 진보시키고 지혜를 더하게 하는 데는 구사보다 더 소중한 것이 없다. 구용과 구사를 항상 마음속에 두고 자기 몸을 살피며 자기가 거처하는 자리 옆에 이것을 써 붙여 놓고 익히라’고 말했다.

요즈음은 각종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자기 수양에 관한 좋은 글을 넘치게 접할 수 있지만, 구용구사는 지금 시대에도 몸과 마음의 수양과 사회생활에 가르침을 주는 변하지 않는 유익함이 있다고 생각하여 소개해 본다.
구용: (1) 발은 무겁게 놀리고 (2) 손의 모습은 공손하게 하며 (3) 눈은 단정하게 뜨고 (4) 입은 다물고 있으며 (5) 목소리는 조용하게 내고 (6) 머리의 모습은 곧게 하며 (7) 기운의 모습은 엄숙하게 하고 (8) 서 있는 모습은 덕이 있어 보이도록 반듯하게 하며 (9) 얼굴빛은 씩씩하게 가져야 한다.

구사: (1) 볼 때는 밝은 것을 생각하고 (2) 들을 때는 귀 밝게 들을 것을 생각하며 (3) 얼굴빛은 온화하게 할 것을 생각하고 (4) 몸의 모양은 공손하게 할 것을 생각하며 (5) 말할 때는 충성된 것을 생각하고 (6) 일할 때는 공경함을 생각하며 (7) 의문이 생기면 물을 것을 생각하고 (8) 화가 나면 뒤에 올 어려움을 생각하며 (9) 이득을 보면 의리를 생각한다.
구용구사의 가르침은 지금 인생을 개척하며 나가는 젊은이들은 물론 세상 풍파를 다 겪고 노년에 접어든 사람들에게도 유익하다. 특히 성인이 된 자녀들과 손자 손녀를 둔 시니어들에게는 오히려 이 시점에서 이 가르침을 되새겨 보고 실천하려 노력한다면 후손들에게 좋은 표양(表樣)을 보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율곡은 구용구사와 관련된 보다 상세한 실천 사항을 가르쳤다. ‘의복은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것을 입지 말고 다만 추위를 막을 정도여야 하며, 음식은 다만 배고픈 것을 면하면 된다. 거처는 편안하고 안락한 것을 구하지 말고 다만 병이 나지 않도록 하면 그만이다.’ 즉, 의식주는 검소하게 할 것을 강조 하였으니, 돈을 많이 벌어 명품 옷이나 가방을 사고 사치스러운 음식으로 육신을 즐겁게 하려는 현대인이 경청할 말이다.

또한 ‘말을 많이 하고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이 가장 마음에 해롭다. 사람을 접대할 때는 자기가 할 말을 가려서 간단하게 하며 또 자기가 말할 때가 된 뒤에야 말을 한다’ 하였으니 이 말은 슬기로운 사회생활의 비결이고, ‘모든 음식은 양에 맞도록 먹고 과식하여 자기 기운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건강의 비결이다.

‘말하고 웃는 것도 간결하고 신중하게 하며, 행동은 침착하고 조용히 하며 경솔해서는 안 된다. 자기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여 겉과 속이 한결같아 어두운 곳에 있어도 밝은 곳에 있는 것처럼 하며, 혼자 있어도 여럿이 있는 때처럼 한다.
이렇게 하여 마음이 마치 푸른 하늘과 태양처럼 아무라도 쳐다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였으니, 이는 종교적 가르침과도 일치하는 자기 수양의 요체(要諦)라 하겠다.
gosasungah@gmail.com

<최규용 / 메릴랜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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