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만파식적] 타타르족

2022-09-29 (목) 한기석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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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타르족 유목민의 주식은 들소 고기였다. 말안장 밑에 넣어둔 생고기는 말을 타고 다닐수록 부드럽게 다져졌다. 이 고기에 소금·후추·양파 등을 곁들인 것이 타르타르 스테이크다. 독일 함부르크 상인들은 이 음식을 유럽에 전했는데 이것이 햄버거의 기원이 됐다고 한다. 바쁜 현대인에게 패스트푸드를 선사해준 타타르족은 튀르크계와 몽골계가 혼합된 유목민으로 중앙아시아 일대에서 살아왔다. 타타르는 튀르크어로 ‘다른 사람들’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13세기 칭기즈칸 사후 세워진 킵차크한국이 이 일대를 지배하면서 여러 민족들이 합쳐졌다.

그리스 신화에서 타르타로스는 죽음의 세계 중에서도 가장 밑에 있는 지옥을 의미한다. 유럽 사람들은 항복하지 않으면 모조리 죽이는 몽골 군대가 지옥처럼 여겨졌다. 자연스럽게 타타르라고 부르고 타르타로스로 받아들였다. 중국에서는 타타르족을 달단족이라고 불렀다. 명나라는 침략과 약탈을 일삼는 달단족이 골칫거리였다. 베이징시 서북쪽에 있는 바다링(八達嶺)은 예로부터 오랑캐를 막는 요충지였다. 명나라는 원래 이곳을 달단족을 깨부순다는 뜻의 ‘파달단’으로 명명했는데 나중에 음이 비슷한 바다링으로 바뀌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타타르족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곳은 구소련 시절 자치공화국으로 있던 타타르스탄이다. 400만 명이 채 되지 않는 인구 가운데 절반 이상이 타타르족이다. 타타르스탄은 소련 해체 이후 주권 선언을 하고 공화국이 됐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크림반도에 있는 타타르족 등 소수민족을 상대로 징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지가 보도했다. 크림반도에 사는 타타르족 인구는 10%에 불과한 반면 이곳에서 발부된 징집영장의 90%가 타타르족에게 돌아갔다는 것이다.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적 징집은 민족에 대한 집단 학살로 간주될 수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이번 동원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단기에 끝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에너지와 식량 가격이 요동치고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유럽이 여느 때보다 훨씬 더 추운 겨울을 대비하는 것과 같이 우리도 전쟁 후폭풍에 휩쓸리지 않도록 허리띠를 단단히 졸라매야 한다.

<한기석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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