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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와 군의 전투력

2022-09-2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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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만. 미국 국방부가 추산한 8월 현재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러시아군 사상자 숫자다.

19만 여 병력이 투입됐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나 러시아군은 40% 가까운 전력 손실을 입은 것이다.

전멸(全滅)은 사전적으로는 모조리 쓸려 나갔을 때, 그러니까 모두 전사했을 때를 의미한다. 궤멸(潰滅)도 비슷한 말이다,


군사 용어로의 전멸 개념은 약간 다르다. 군사적으로 이 전멸을 판단하는 기준은 전투 속행 불가능.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단위 제대의 ‘전투능력 상실 상태’이다. 통상 부대원의 20% 정도를 상실했을 때 그 부대는 전멸했다고 한다.

참 어이가 없다. 명색이 미국 다음의 넘버 2 군사 강국이다. 그 러시아가 어떻게 우크라이나에서 그 같은 궤멸적인 타격을 입었나. 이에 대한 분석이 한창이다.

“러시아군이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주된 원인은 부패에서 찾을 수 있다.” 호주의 싱크 탱크 스트래터지스트의 지적이다.

세계의 20대 경제대국 중 부패 분야에서 러시아는 톱을 달리고 있다. 이 부패가 러시아군 상층부에서 하급 지휘관까지 만연, 러시아군의 전투능력을 약화시켰다는 거다.

그런데다가 러시아군은 지나치게 정치화돼 있다. 위계와 명령에만 익숙해 있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폐쇄적이다.

또 다른 약점은 전투경험이 결여돼 있다는 것이다. 지난 30여 년간 러시아군은 체첸 전쟁, 조지아 침공, 시리아내전 개입 등 소규모 전투만 싸워왔다. 그 대규모 전쟁 실전 부족이란 러시아군의 약점이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에서 그대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 스트래터지스트의 분석이 그렇다. 이는 어찌 보면 중국의 인민해방군에 대한 경고로도 들린다. 부패에 관한 한 수 천 년 전통을 자랑한다. 그 연장에서 인민해방군의 부패상은 러시아군을 압도하고 있어 하는 말이다.


시진핑은 2012년 11월 권좌에 오른 후 부패척결에 나서 2명의 군사위부주석을 포함해 200여 명의 장성을 쳐냈다, 이로써 그러면 군부의 부패는 일소됐을까.

‘여전히 존재하는 부패 메커니즘으로 중국 인민해방군은 계속 썩어가고 있다.’ 이포크지의 지적이다.

부패척결을 통한 중국공산당의 군 개혁은 표면적인 구조만 바꾸었을 뿐 부패한 운영 메커니즘은 바꾸지 못했고, 군 내부의 부패 정서도 그대로다.

‘군의 정치화’- 이 부문에서도 인민해방군은 러시아군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모체는 레온 트로츠키의 소련 적군(赤軍)이다. 이 공산군 편제의 특징의 하나가 부대마다 정치장교를 배치하는 것이다.

장교들의 당성을 끊임없이 감시, 고취하는 것이 정치장교의 임무로 지휘관들은 정치장교의 통제 하에 있다. 전투력 보다는 당성을 더 강조하는 이 시스템은 군의 전투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실전경험 부분에 있어서는 중국군은 러시아군보다 더 열세다. 중국의 궤멸적인 패배로 끝난 1979년 형제 공산국 베트남과의 전쟁이후 인민해방군은 한 번도 실전에 투입된 적이 없다.

90년대 이후 경제적 발전과 함께 중국은 미사일을 개발하고, 항모를 건조하는 등 군 현대화에 엄청난 투자를 해왔으나 인민해방군의 역량과 전투력은 한 번도 검증을 받지 않았다.

그 중국의 인민해방군이 대만을 둘러싸고 미국과 대대적 충돌을 빚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까. 우크라이나에서의 러시아군과 비슷한, 어쩌면 더 혹독한 운명을 맞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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