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빨리 변하다보니 세월이 쏜살같이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 나이 따라 속도가 달라진다고 했던가. 어렸을 때는 시간이 안 간다는 느낌이 많았는데 예전에는 놀거리, 볼거리, 먹을거리가 없어서 그랬는가 싶다. 나이 값대로 시간이 가는 속도가 다르다는 말은 맞는 말이다. 60대는 60마일이면 답이 나온다고 하는 말이 정확하다.
금년도 절반이 지나고 머지않아 추수 감사절과 크리스마스를 너머 송년과 새해가 오겠지. 그런데 핵가족 시대가 되어버려 언제부터인가 친척이 하나 둘 사라져가는 놀라운 사실이 전개되는 것이 아닌가! 이웃 사촌은 있어도 삼촌과 조카나 이모, 고모가 누군지 모르는 세상이 되었다.
한 지인은 조카가 14명씩이나 되는데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사는지도 모른다고 탄식인지, 고백인지, 후회인지를 하는 것을 들었다. 이것이 친척이 아닌 먼척이 아닌가. 하기는 머지않아 인구 절벽시대가 온다고 했는데 결혼을 안하고 아이도 낳지 않는 세대에 무엇을 기대하랴마는 그러다보면 대가 끊어지는 사태를 누가 막을 수 있을까.
어떤 나라는 입양을 권장하여 국가를 유지한다고 하는데 그것은 남의 나라 일이고,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약삭빠름 때문에 나중에 쓴 웃음이 돌아 올 것은 뻔한 일이 아닐까. 예전에는 경조사를 통해서 친척을 알게하고 소통이 이어졌는데 지금은 제사도 비대면으로 선산이 아닌 각자 집에서 줌으로 화면에 대고 절하고, 잔을 올리고 간단히 끝내는 판이니 할 말을 잃은 시대에 살고 있는 편리하고 간편한 시대에 물들은 인간세상이 아닌가.
더불어 사는 세상은 없고 나홀로 사는 세상에 급하면 구급차를 부르고 돈없으면 부부싸움으로 변하고, 맛있는 곳에는 길게 줄을 서고, 물대포에 떼창을 소리소리 지르고, 유행에 뒤질세라 목을매고 개그콘서트에 몰려 배를 잡고 웃고, 노래 자랑에는 합창소리 지르고, 남들따라 해외로 여행 가고, 영화관과 술집은 북적인다. 필자에게는 ‘마중물’ 같은 처조카가 둘이 있다. 60대의 젊은 조카는 20여년간 중국 선교사로 있다가 강제 추방을 받고도 여전히 선교사로 사명을 다 하면서 고모부인 필자에게 척박하고 핍박이 심한 선교지에서도 기도 요청과 아울러 친척들의 소식을 전해주고 건강을 위해서 약과 함께 필요한 서적을 보내 오며 조언과 위로와 기도로 후원해 주는 후견인이다.
또한 구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처조카는 평소에도 전화 연락은 물론이고 연말이 되면 연하장이 아닌 연중행사를 편지로 ‘작은 고모부님’이란 제목으로 아들, 손자, 며느리와 같이한 행사들을 소상히 적어 보내는 보고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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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명 / 매나세스,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