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들어 갑자기 코로나 파장 분위기가 확산됐다. 직접 원인은 알려진 대로 바이든 대통령의 팬데믹 종식 선언이었다. 지난 주말 한 TV 프로그램을 통해 대통령의 이같은 말이 전해지자 거의 무장 해제 수준의 낙관론이 퍼지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 다음날 백악관은 코로나 사태의 종식을 말한 것이 아니라며 90일 마다 연장되고 있는 연방정부의 공중보건 비상 사태를 해제할 계획이 없다고 급수습에 나섰다. 백악관의 의료 선임고문인 닥터 파우치도 아직 코로나와 함께 살아갈 상황이 아니라고 제동을 걸었다.
혼선의 원인은 우선 대통령의 발언을 오해한 데서 나온 것이 아닐까 싶다. 대통령은 코로나의 세계적 대유행, ‘팬데믹 종료’를 말한 것이지 ‘코로나 종료’를 이야기한 것은 아니었다. 물론 대통령의 이 말도 정치적인 고려에서 너무 앞서 나간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제 코로나 끝, 대책에 손 놔도 된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면 너무 나간 것이다.
아직 미국에서는 코로나로 매일 400명 이상이 숨지고 있다. 백신이 막 보급되기 시작하던 지난해 1월 하루 사망자가 2만3,000명에 이를 때에 비할 것은 아니지만 지금도 코로나는 미국인의 사망원인 5위를 차지하고 있다. 뇌졸중 바로 다음인 것이다.
한 지역 신문이 전하는 뉴스를 보면 최근 난소암을 앓던 LA의 59세 여성이 숨졌다. 하지만 암이 사망원인이 아니었다. 백신과 부스터 샷 접종까지 마쳤으나 사인은 코비드19. 지금도 갑작스러운 코로나 사망 소식을 전해 주위를 놀라게 하는 일이 한인사회에서도 없지 않은데, 알아보면 희생자는 대부분 평소 건강 문제를 안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올 여름 캘리포니아의 코로나 사망자 절반은 80대로 집계됐다. 나머지 3분의1도 65~79세의 연령 분포를 보였다. 코로나는 2년 반 전 확산 초기부터 지금까지 고연령층이 절대 취약 그룹임을 알 수 있다.
지난 5~7월에 숨진 LA의 코로나 환자 800여명을 분석하면 사망자는 거의 대부분 평소 2~3개의 건강문제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건강문제가 전혀 없었던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가장 흔한 문제는 비만, 당뇨, 고혈압 등. 기저 질환이 있는 고령자가 경계를 늦추면 안 되는 이유다. 코로나에 걸리면 중증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해도 나중에 장기 후유증이 없다는 보장이 없다. 본인은 물론 가족들도 일상 생활에 적지 않은 제약을 각오해야 한다. 걸려 본 사람은 그 어려움을 안다.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로 숨진 사람은 대략 1,720만 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변이에 대응하기 위한 백신이 이번에 새로 나왔지만 지금 백신으로는 안 되는 또 다른 변이가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 가운데서도 코로나의 세계적인 대유행은 종식 단계가 아니냐는 낙관론이 고개를 들면서 또 다른 팬데믹을 막기 위한 다양한 분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을 포함해 너무 많은 나라가 효과적인 방역에 실패했다는 자성은 새삼스럽다. 확산을 막기 위한 국제 공조가 유명무실했다는 반성도 이미 나왔던 것이다. 중국의 초기대응을 탓하는 의견은 여전히 강하다. 발병 초기에 신속하게 알려 대응책을 강구했어야 하는데 쉬쉬하다가 전 지구적인 재앙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중국은 인정하지 않으나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의 시각은 그렇다.
코로나를 계기로 빈부 격차의 심각성은 다시 확인됐다. 국내적으로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이 문제는 뚜렷이 드러났다. 경제력에 따라 목숨 값의 차이는 컸다. 백신 공급의 불평등은 말할 것도 없고, 마스크와 방역복 등 기본 보호장비도 없이 맨손 방역에 나서야 했던 곳도 많았다. 중증 치료에 필수적인 인공호흡기 확보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또 다른 팬데믹이 닥친다면 이런 문제가 해결될까. 전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눈 여겨 볼만한 지적 중 하나는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한 가짜 정보, 왜곡 정보의 확산을 막는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미국만 해도 갖가지 엉터리 정보로 인해 죽지 않아도 될 20만명이 숨졌다는 분석이 있다. 코로나가 이제 끝물인 것을 믿고 싶다. 이런 때 일수록 지혜로워야 한다. 끝물에 당하면 더 억울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