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반려동물 키우다 소송 날벼락… 깐깐한 규정 적용 HOA 증가

2022-09-22 (목) 준 최 객원 기자
크게 작게

▶ 아시아 이민자 집에서 닭·돼지 키우는 사례 많아

▶ 애완동물 키우기 전 HOA 규정 반드시 살펴야

반려동물 키우다 소송 날벼락… 깐깐한 규정 적용 HOA 증가

애완동물의 배설물을 수거하라는 표지판이 한 주택 단지 내 도로에 설치되어 있다. [준 최 객원기자]

반려동물 키우다 소송 날벼락… 깐깐한 규정 적용 HOA 증가

닭 등 조류는 조류독감 위험이 있어 HOA가 기피하는 애완동물 중 한 종류다. [로이터]


반려동물 가구의 시대다. 한 집 건너 한 집은 애완동물을 키우고 있을 정도다. 애완동물 하면 흔히 개와 고양이가 떠 오르지만 요즘에는 희귀 동물을 가족처럼 키우는 가구도 많다. 최근 희귀 애완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면서 이웃은 물론‘주택 소유주 협회’(HOA)와 갈등을 겪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내 집에서 내 애완동물을 키우는데 무슨 문제일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HOA 규정이 적용되는 주택 단지에서는 지정된 동물 외에는 키울 수 없고 이웃의 사생활이 침해된다고 판단되면 제재가 따른다. 그런데 최근에는 애완동물을 놓고 주택 소유주와 HOA 간 소송전까지 벌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터닷컴이 애완동물과 관련된 HOA와 주택 소유주간 실제 소송 사례를 모아봤다.

◇ 심리치료 목적 애완동물도 불허

텍사스 주 사이프리스에 거주하는 조지와 캐슬린 로우 부부는 결국 정든 집을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HOA가 부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도 모자라 집을 압류하겠다는 ‘협박성’ 통보를 중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유는 부부가 키우는 거위 때문이었다.


부부는 거위 여러 마리를 마치 자식처럼 키우고 있었는데 거위들이 집 근처를 돌아다녔던 것이 화근이었다. 일부 주민이 HOA에 불만을 제기했고 HOA는 규정을 근거로 거위를 키우지 말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부부는 HOA의 통보에 불응했고 HOA는 결국 부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거위가 뒤뚱뒤뚱 걷는 모습을 보면 우습기도 하고 기분도 좋아질 법한데 부부는 이를 이해 못하는 이웃이 야속하기만 했다. 부부는 법정에서 심리 치료 목적으로 거위를 키운다고 호소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거위는 결국 자연으로 돌아가야 했고 부부도 거위와의 추억이 깃든 집을 팔았다.

◇ 베트남에서 돼지는 가족인데

돼지를 놓고 HOA와 치열한 맞소송전 중인 주택 소유주도 있다. 오하이오 주 클리어크릭 타운십에 거주하는 리처드와 캐서린 프라이스 부부. 부부는 이른바 베트남 돼지로 불리는 ‘올챙이 배꼽 돼지’(Potbellied Pig)를 집 안에서 키우고 있다. 이 돼지는 올챙이처럼 배가 불뚝하고 몸 전체가 검은색이어서 영화에 등장하는 귀여운 돼지와는 다소 거리가 먼 생김새였다.

부부가 집안에서 큰 돼지를 키운다는 이야기가 HOA에 전해졌고 몇 번의 분쟁 끝에 결국 소송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HOA의 소송 제기에 부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부부는 HOA를 상대로 연방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부부는 베트남에서는 돼지를 키우는 것이 문화이고 전통인데 HOA가 부부의 관습을 차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 길고양이 먹이 줬다고 벌금 2만 6천 달러

길거리 고양이가 아무리 귀여워도 섣불리 먹을 것을 줬다가 벌금을 물 수도 있다. 하와이 코나 지역에 콘도미니엄을 소유한 파멜라 쿠퍼는 세입자가 단지 내 주인 없는 고양이 두 마리에게 먹이를 줬다는 이유로 매일 100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받고 있다. 지금까지 쌓인 벌금 통지서만 무려 2만 6,000달러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쿠퍼는 세입자에게 책임을 묻거나 고양이를 쫓아낼 생각은 없다. 고양이 두 마리는 쿠퍼가 콘도미니엄을 구입하기 전부터 단지 내에 살던 유명 동네 고양이들이다. 두 마리가 고양이가 나타나기 전에도 단지 주민들이 ‘엉클’로 불리던 고양이를 죽을 때까지 먹이를 주며 돌봤던 전례도 있었다.

쿠퍼는 지역 언론과 인터뷰에서 “고양이는 사람의 영혼을 해치지 않는다”라며 “하와이 규정에 동물 거주지에서 음식이나 물을 빼앗는 행위는 동물 가혹 행위로 2급 경범죄에 해당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 조류독감 위험 높은 닭

중국계 이민자 지안추 지아와 웨이 위 부부는 조지아 주 로즈웰 지역에 15년간 거주해왔다. 고향인 중국에서 어릴 때 흔히 봐왔던 것처럼 부부도 집에서 암탉 두 마리를 키우고 있었는데 최근 HOA가 단지 내에서 닭을 키우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면 당장 제거하라고 통보했다.

주택 단지에서 닭을 기르면 조류 독감 위험이 있고 코요테 등 야생 육식 짐승을 유인할 수 있다는 것이 HOA가 내세운 이유였다. 부부의 법정 대리인 조 로센 변호사는 부부의 모국에서는 아직도 집에서 닭을 키우는 관습이 흔한데 이에 대한 이해 차이가 이번 소송이 일어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 집 앞에 애완견 간식대 설치했다가 마찰

노스캐롤라이나 랠리의 한 남성은 집 앞 도로에 애완견을 위한 간이 장치를 설치했다가 HOA로부터 철거 명령을 받았다. 이 남성이 설치한 장치는 도로를 산책하는 애완견들에게 간단한 간식을 제공하는 스테이션으로 강아지 모양의 돌조각과 함께 설치됐다.

HOA는 이 도로는 시정부에게 통행권이 있고 HOA가 대행 관리하는 장소라며 이유를 밝히며 일일 100달러의 벌금도 부과했다. 그러나 이 남성은 철거를 거부했고 HOA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끝에 지난 5월 승리를 거뒀다.

◇ HOA 관련 규정 살펴보고 키워야

애완동물과 관련, 까다로운 규정을 적용하는 HOA가 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키울 수 있는 애완동물 숫자와 품종을 규제하고 산책 장소까지 지정한 HOA도 많다. 일부 HOA는 애완동물과 산책할 때 반드시 줄에 묶도록 하는 규정을 두기도 한다.

단지 내 공공장소에서 애완동물 배설물 처리를 위해 애완동물 DNA 자료까지 요청하는 HOA가 등장한 지 이미 오래다. 배설물이 제때 수거되지 않으면 DNA 자료를 확인해 해당 애완동물 소유주민에게 벌금을 부과하기 위한 목적이다.

<준 최 객원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