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을 거치며 직원 구하기 어려운 것이 한 추세가 되었다. 식당도, 마켓도, 대기업도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LA 한인타운의 경우, 식당마다 문 닫는 날이 새로 생겨 손님들이 헛걸음을 하곤 한다.
팬데믹 중 대거 직장을 그만두는 대 퇴직(Great Resignation)이 유행이었다면 최근에는 ‘조용한 퇴직(quiet quitting)’이라는 바람이 불고 있다. 직장을 그만 둔 건 아니지만 마음이 떠나있는 상태이다. 원인은 대체로 두 가지. 직장에 불만이 깊어 정이 떨어진 경우 혹은 일이 너무 많아 탈진한 경우. 해고당하지 않을 정도만 겨우 일하고 그 이상은 손도 까딱 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특히 젊은 층에 두드러져서 올 초 갤럽 조사에 따르면 1989년 이후 출생 직원들 중 69%가 ‘조용한 퇴직’ 중이다. 이는 기업에도 직원에게도 대단히 해로운 일이다. 회사는 생산성이 떨어져 타격을 입고, 직원 본인은 커리어에 흠집이 생길 위험에 더해 소중한 인생을 낭비하는 꼴이 된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삶이 행복하다는 사실을 안다면 마음 떠난 직장에서 시간만 때우며 봉급 받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일하는 것이 너무나 즐겁다”고 평생 온몸으로 외쳐온 사람이 있다. 바로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이자 CEO인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92)이다. 버핏이 플로리다 대 비즈니스 스쿨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그때 MBA 과정의 한 학생이 질문을 했다. “만약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보다 행복한 삶을 위해 뭘 하겠습니까?”
버핏은 자신의 삶이 전반적으로 행복했다며 그 비결은 좋아하는 일을 한 것이라고 답했다.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이력서에 그럴 듯 해보여 그 직업을 갖는 건 정신 나간 짓이다.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라.”고 버핏은 젊은이들에게 충고했다.
순자산 970억 달러의 대부호인 그가 천문학적 부가 아니라 일 때문에 행복해 한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가 누차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몇 년 전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노년기 행복의 비결로 ‘일’을 꼽았다. “(이 나이에)내가 왜 매일 아침 신이 나서 침대에서 일어나겠는가? 하는 일을 사랑하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행복은 돈이 아니라 일에서 온다는 사실은 샘 도겐(45)이라는 재정전문가의 고백이기도 하다. 투자 은행가였던 그는 나이 서른이던 2007년 이미 순자산 100만 달러 목표를 달성했다. 연봉 의 절반 저축에 더해 모든 보너스의 90%를 투자했고, 몇몇 부동산 투자가 성공을 거둔 결과였다. 그런데도 그는 행복하기는커녕 상당히 비참한 느낌이었다. 더 이상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주 60여 시간씩 하려니 괴로웠다. 그래도 몇 년을 더 계속한 끝에 순자산 300만 달러 목표에 도달하자 은퇴를 했다. 그때 나이 34살이었다.
이후 그는 무엇이 삶을 가장 만족스럽게 할까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돈이 답이라고 생각했었지만 돈이 쌓인다고 더 행복해지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10년여가 지난 지금 그는 대단히 행복하다. 돈이 절대로 주지 못하던 즐거움을 일에서 찾은 결과이다. 2009년 취미로 금융 사무라이(Financial Samurai)라는 재정 블로그를 시작했는데 글을 쓰며 다른 이들과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게 너무나 재미있었다. 투자나 재무 관리 글쓰기를 너무 좋아하다 보니 최근에는 책을 내기도 했다. 인생이 바뀌었다.
만약 ‘조용한 퇴직’ 중이라면 용기를 내야 하겠다. 그렇게 낭비할 만큼 인생은 길지 않다. 하루라도 빨리 좋아하는 일을 찾아 나서는 것이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