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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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거라 삼팔선

2022-09-19 (월) 강창구 / 위싱턴 민주평통회장, MD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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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1년전인 2021년 8월말,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자 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이임 인사차 마지막으로 전 세계 해외 평통 위원을 상대로 ZOOM 앞에 섰다. 마지막으로 사회자가, “세계 동포들에게 하실 말씀은?” 하고 물으니, “비록 몸은 멀리 있지만 마음과 정신은 조국을 향하는 구심력을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특히 차세대들의 원심력을 구심력으로 돌려놓는 일에 전세계의 한인 동포사회 지도자분들의 협조와 노력을 당부드립니다.”

‘협동’이라는 말이 처음으로 머리에 와 닿았던 기억은 아주아주 어렸을 때 학예회에서 염소 2마리가 양쪽에 있는 먹이를 서로 먼저 먹으려고 줄다리기를 하다가 어찌어찌 대화를 한 다음에 사이좋게 한쪽 먹이부터 차례로 먹는 장면이다. 염소라는 동물은 그 생김새나 서로 박치기 하는 습관 때문인지 반목, 갈등하는 동물로 자주 묘사 된다.

성경에서도, 중세기 종교개혁으로 기독교내에서 갈등이 극에 달했을 때 마틴 루터와 함께 종교개혁의 선두에 섰던 스위스 종교 개혁가 울리히 츠빙글리(Ulrich Zwingli)가 원칙과 원칙이 부딪치는 논쟁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염소 두마리가 좁은 절벽 외길에서 딱 마주치자.’ 어떻게 하는가,’ 지켜 보았다. 평소처럼 박치기를 해서 둘 중 하나, 아니면 둘 다 떨어질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아래쪽에 있던 염소가 몸을 먼저 낮추자 위에 있던 염소가 염소의 등을 딛고 내려 온 다음에 올라가더라는 것이다. 위에 오르려는 자들이 어떤 모습과 자세로 살아야 하는지를 싱징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로 유명하다. 그 고집스런 염소도 그렇다. 세상의 이치가 그렇고. 살아보니 더욱 그렇다. 운전 면허 시험에서도 먼저 ‘양보해야 하는 차량’은 아래서 위를 향하는 차량이다.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 (마태복음 23:12)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유명한 심리학자 매슬로우(Maslow) 의 욕구 피라밋의 1단계는 ‘생리적 욕구’이다. 바로 위가 ‘안전에 대한 욕구’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배고픔(經濟) 앞에서는 나랏일(安保)도 눈앞에 없는 것이다. 오늘날 국가지도자들의 제일현안(第一現案)이 ‘경제’인 점을 봐도 그렇다. 예전의 국민들이라면 물가와 환율이 치솟고, 아파트 값이 폭락하는 것만 보았다면, 2022의 국민들은 중국과의 무역적자가 심해지고 미국에서 인플레 감축법으로 현대 전기차 수출길이 막히고, 바이오 등 신제품을 미국내에서 생산된 것만 판매하라는 바이든 미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인생과 가족의 미래에 어떤 것(?)인지를 거의 안다.

국가간 무역중단은 각국의 물가상승이라는 걸 전 세계인들은 거의 다 안다. 단 몇사람들의 정치인들 때문에 전세계가 고통이다. 그래서 자신들을 대신해서 국가간의 복잡하고 큰 문제들은 미리미리 점검하고 대처하라고 투표를 한다.

북한과 중국은 1949년 수교해서 올해로 71년 되었다. 중국은 1950년 한국전쟁으로 북한을 도와줬지만 남한에 주한미군이 주둔하는 걸 보고 중공군이 북한에 주둔하려고하자 김일성은 친중파를 숙청하고 중공군을 철수시켜버렸다(8월 종파사건). 중국이 개혁개방의 일환으로 1992년 한국과 수교를 단행하자 북한은 청천벽력과 배신감에 격분을 한다.
2013년 친중파 장성택을 처형하자 중국은 북한에 대한 유엔의 경제제재에 동참하고, 양국은 압록강 두만강에 병력을 증강하면서 상호 ‘전쟁불사’까지 갔다. 2018년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자 중국은 숨죽이고 이를 지켜봐야 했다.

이런 그들이 요즈음에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와도 짬짜미다. 155마일 휴전선이 생기기 전인 1948년에 가수 남인수는 ‘가거라 삼팔선’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그 3절 끝머리에, ‘손모아 비나이다. 손모아 비나이다. 삼팔선아 가거라.’ 독립국가를 꿈꾸며 해방을 기다렸던 한민족이 눈을 뜨고 정신차려 보니 한반도의 허리가 잘려있었던 것이다. 77년이 지나는 지금 서로 가까워지기는 커녕 또다시 한쪽은 베이징을 넘어 모스크바로 향하고, 다른 한편은 워싱턴을 넘어 NATO까지 멀어지려고 한다. 이래서는 안될 일이다. 50년전이던 1972년, UN이 스웨덴에서 ‘세계환경의 날’을 제정할 때만 해도 모두가 남의 일로만 알았다.

50년이 지나고 보니 어떤가. 온 세계가 이제라도 행동하려 한다. 반만년 역사로 보자면 77년의 노력으로는 짧고 부족할 수도 있다. 남북통일, 한민족이 아니면 세상 누구도 없다. 소가 닭 쳐다 볼 일이 아니다.

<강창구 / 위싱턴 민주평통회장, MD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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