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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홈 생각해 보셨나요?

2022-09-1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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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이 식었다고는 하나 오른 집값이 쉽게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남가주뿐 아니라 미국도 이제 웬만한 메트로 권에선 내 집 소유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사회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최근 각 지역정부와 연방정부가 자가 주택 소유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다.

모빌홈 팍을 생각해 보셨는지 모르겠다. 한국에는 없는 형태의 주거단지이다. 상대적으로 한인 거주자가 많지 않아 한인사회에서 오가는 정보량이 다른 주거 형태에 비해 적고, 따라서 관심도 크지 않다. 하지만 가격이 싼데다 거주 환경과 조건, 조성된 지역도 편리한 곳이라면 관심을 갖지 않을 이유가 없다. 언뜻 단열에 문제가 있지 않겠느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한다.

연방 정부가 규정한 모빌홈 팍, 트레일러 팍 등의 공식 명칭은 조립주택 단지(Manufactured Home Park). 현재 2,000여만명의 미국인이 여기 거주하고 있다. 공공 주택과 정부에서 주거비를 보조해주는 임대 주택을 합친 것 보다 많다. 날로 심각해지는 주택난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모빌홈의 가장 큰 장점은 싸다는 것이다. 건축비가 일반주택의 절반 정도다. 현장에서 짓는 것이 아니라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집이기 때문이다. 자재의 규격화와 일관된 조립 공정은 원가를 낮출 수 있다.

의문 중 하나는 일반 주택보다 부실하거나 조잡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연방정부는 지난 1976년 조립주택이 되기 위한 구체적인 규정을 만들었다. 규정을 벗어난 주택은 시장에 나올 수 없다. 특히 화재, 바람, 기타 자연재해에 대비한 안전 기준은 갈수록 상향 조정되고 있다. 단지내 상하수도와 전기 등 유틸리티, 여러 기반 시설도 기준에 맞게 갖춰야 한다.

가장 큰 단점은 개인 소유인 주택과는 달리 모빌홈이 들어선 땅의 주인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토지 임대료를 내야 한다. 임대료는 지역에 따라 달라 예컨대 바닷가나 도심에 있으면 상대적으로 비쌀 것이다. 상식밖의 렌트비 인상이 있으면 입주자가 어려움을 겪게 된다. 다른 단지로 이사하려고 해도 이동식 주택이긴 하나 한 번 자리잡고 앉은 집을 옮기는 것이 만만한 일이 아닌데다 추가 경비도 불가피하다.

이같은 문제 때문에 모빌홈 팍 입주자들이 토지를 공동 구매해 땅까지 소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입주자들이 모빌홈 단지의 부지를 공동 구매한 곳은 1,000 곳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모빌홈 단지가 들어선 위치를 지적하기도 한다. 주로 땅값이 싼 외곽에 조성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모빌홈 팍의 60% 이상이 메트로 지역, 8%는 도심에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모빌홈에 관심을 갖고 운전하다 보면 일반 주택가에도 모빌홈 팍이 적지 않음을 알게 된다. 외곽에 있는 단지는 3분의1 정도다.

모빌홈 팍은 울타리와 출입문으로 지역 커뮤니티와 단절돼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고급 주택 단지일수록 게이티드 커뮤니티가 많지 않은가. 외부 차량의 출입이 적은 막힌 골목을 선호하는 사람도 많다.

이보다 더 현실적인 문제는 바로 모빌홈 팍을 없애려는 시도다. 로컬 정부나 모빌홈 팍 소유주 중에는 그 자리를 고급 주택단지나 상업용 시설로 개발하려는 이들이 적지 않다. 더 높은 개발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가는 물론 연기금 등 다양한 펀드들이 몫 좋은 곳의 모빌홈 팍을 눈여겨 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서민용 주거 시설이 그만큼 줄게 된다. 모빌홈 팍 버전의 젠트리피케이션을 우려할 수도 있겠다.

주택정책을 담당하는 정부기관은 서민용 주거시설 확보라는 차원에서 조립주택 단지와 입주자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강화하고 있다.

모빌홈 지원은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주택계획 중 하나이기도 하다. 연방 에너지부는 공급되는 에너지 원가를 낮추는 안도 채택했다. 20개 주는 주 정부 차원의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도 그중 하나다. 모빌홈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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