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최고의 보물, 세계적인 대문호 윌리엄 쉑스피어를 배출한 나라, 영국이 요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세계 언론도 1952년부터 70년간 군림했던 여왕의 서거 소식에 도배를 하고 있다.
18일 예정된 장례식에 영국의 영원한 동맹인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물론,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도 참석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정부도 나루히토 일왕이 참석할 것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96세로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전통과 국제적인 위상의 살아있는 심볼이었다. 여왕에 이어 왕위를 계승한 찰스 3세의 대국민 연설은 과연 쉑스피어가 나올 만한 나라라는 평을 들을 만큼 그 어휘가 수려하고 감동적이었다는 평이다. 그러나 과연 이런 평을 들을 만한 왕실인가 생각해 보게 한다.
카네기 멜런대의 한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도둑질을 일삼던 대량 학살 제국의 군주가 죽었다고 여왕을 힐난했다. 영국 정부는 매년 여왕 일가에게 왕실의 의식들을 거행하고 왕궁을 돌보는 대가로 어마어마한 액수를 일시불로 제공해 왔기 때문이다.
반면, 엘리자베스 1세(1533~1603)는 보통 유럽의 변방에 불과했던 영국을 열강의 지위로 이끈 뛰어난 군주로 알려져 있다. 15세기말 콜럼버스가 미대륙을 발견하면서 영국은 뉴욕과 버지니아를 잇는 북아메리카 동해안에서 식민지 건설의 발판을 찾았다.
그후 영국은 눈을 동쪽으로 돌려 18세기 중반부터는 100년에 걸쳐 인도의 주권과 영토를 야금야금 정복해 갔다. 당시 인도는 세계 최대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나라로 GPD가 유럽 전체보다 더 컸고, 영국과 비교하면 거의 10배에 달했다고 한다.
1952년 케냐의 독립 투쟁 '마우마우 봉기'를 잔혹하게 진압했던 나라가 바로 영국이다. 2014년 영국 정부는 런던 의회 광장에 간디 동상을 건립할 계획으로 인도 식민통치에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당시 인도 시위대를 학살한 사실에 대한 사과는 거부했다.
영국의 식민지에서 미국은 1793년, 이집트는 1922년, 오스트레일리아 1901년, 그후에도 바하마, 바레인, 방글라데시, 브루나이 등 많은 나라와 영토들이 독립을 쟁취했다.
혹자는 이 나라들이 경제적 혹은 정치적 필요에 의해 식민지로 살아왔으나 영국에서 얻을 수 있는 여러 이점들로 인해 독립 후에도 영국 산하에서 정치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심지어 4년마다 영연방 국가들끼리 친선 스포츠대회를 꾸준히 하고 있는 것만 봐도 과연 영국의 식민정책이 나쁘기만 했던 것일까.
실제로 대량 학살과 억압적인 식민통치를 받았다는 인도가 지난 11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기리기 위해 '묵념의 날' 행사를 열었다. 약200년 간 영국의 식민 핍박을 받고 1947년에 마침내 독립한 인도가 영국 여왕을 기리는 전국적인 애도 행사를 가졌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만약 지금 일왕이 사망했다고 가정할 때, 한국 전역에서 묵념행사가 벌어졌다고 하면 과연 이것이 한국인 정서에 맞을 일일까? 하지만 인도가 독립한 후부터 카시미르 지역을 둘러싼 파키스탄과의 영유권 분쟁은 끊이지 않는 내분의 원인이 되고 있다. 독립을 했다고 해서 모든 게 평화롭고 생산적이고 이상적인 국가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의문은 일본 황실이 2차 세계대전후 전 재산을 몰수당했는데, 다만 황실을 유지하는 경비는 100% 세금으로 충당하도록 하는 조건을 받아 들였다. 그런데 영국 황실은 자신들의 재산은 재산대로, 유지비는 별도로 세금 충당을 하고 있는 점이다.
과연 브렉시트 이후의 영국인들은 이런 제도를 부당하다고 하지 않을까. 또한 영국의 과거 식민지 국가들의 연합체인 영연방(Commonwealth)이 그 틀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도 사실상 의문이다.
<
여주영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