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해지던 신록의 계절이 가고 어느덧 결실의 계절인 가을이다. 자줏빛으로 익어가는 무화과 열매가 매일 대여섯 개씩 반기고 있어서 아침마다 뒷마당을 찾는 재미가 솔솔 하다.
처음 한 두 개씩 익을 때는 나보다 부지런한 새들이 다 먹었는데, 이제는 많아지니 새들과 나누게 되었다. 다 먹지 않는 새들에게 감사를 해야 할지, 많이 익어서 게으른 나도 먹을 수 있게 해주는 무화과 나무에게 감사를 해야 할지, 아무튼 무화과 열매가 자주 빛으로 반겨주는 것 자체가 즐겁다.
무화과 나무가 새싹을 틔우고, 그 싹이 잎으로 무성해져 열매가 달리고, 나중엔 익어서 모든 잎들이 낙엽이 되어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로 겨울을 지내고 다시 봄을 맞이하면서 싹을 틔우는 나무는 해가 갈수록 더 커진다.
이 모든 과정이 비단 내 눈에 보이는 무화과 나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 모든 만물이 이와 같은 과정으로 이 땅에 존재하고 있다. 우리네 인간도 마찬가지고 인간들이 만든 집단인 사회와 국가도 마찬가지다. 무화과 나무살이처럼 국가와 민족도 살이가 있다. 인류가 그 살이의 흐름에서 중요한 방점을 찍고 기록을 하면 그것이 바로 인류의 열매이고 역사가 된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서 땀의 노력, 그리고 시련과 고통이 없는 결과와 성장은 없다. 매일 땀으로 얼룩진 노력으로 시련과 고통을 넘어서, 매일 성장하고 또 결과를 남기고 더욱 성숙된 인간으로 변해가는 것이 인생이다.
모든 나무는 그 어떤 추위와 가뭄과 더위에도 새싹을 틔우고, 그 싹이 푸르고 무성해지게 하기 위하여 뿌리를 땅속 깊이 내린다. 그래야 더 많은 햇빛을 받을 수 있어서 더욱 성장하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그 씨앗을 날려 보낸다. 나무는 자신의 성장과 함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 위하여 온갖 비바람과 가뭄에도 버틴다.
우리네 인간사도 그렇다. 우리가 하루하루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음세대를 키우는데 모든 것을 투자하는 것이다. 그래야 인류와 인류의 역사가 지속되기 때문이다. 모든 투자는 미래를 위해서 하는 것이다. 기업이 투자를 하는 것도 미래를 위한 것이고, 국가나 사회가 투자하는 것도 미래를 위한 것이다.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미래가 없거나 미래를 꿈꿀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미래를 위해서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가문, 공동체, 나라, 그리고 민족이 늘 앞서서 발전하고 번영한다.
한민족의 추석은 결실의 계절인 가을이 우리에게 가져다 주는 모든 것과 오늘의 우리가 있게 해준 모든 조상들께 감사를 드리는 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가족과 동네가 모두 모여서 한 해의 결실을 평가하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더 많은 축복을 염원하면서 한가위 공동체 축복의 기원놀이를 하였다.
다민족 사회에 이민자로 그것도 소수계로 살면서 우리는 더욱더 끈끈한 공동체를 만들어야 외롭지 않고 고난과 역경을 함께 힘 모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모두다 하고 있다. 바로 그런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투자를 해야하는데 그 투자의 핵심이 바로 사람이다.
공동체를 결속시키고 미국사회에 적응할 수 있게 미국의 제도와 작동방식을 커뮤니티에게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미국 사회속에서 낙오되지 않고 발전 할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런 활동을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런 인재에 대한 커뮤니티 차원의 투자가 바로 나무가 꽃을 피워서 열매를 맺는것과 같은 것이다.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막 지났다. 우리 동포 여러분 모두 봄부터 무더운 한여름 동안 열심히 일해서 좋은 결실을 얻었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그 결실들 중 아주 작은 정성이라도 커뮤니티의 미래를 위하여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있거나 그런 일을 하고자 하는 인재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데 투자를 해주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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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시민참여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