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 서비스는 인터넷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영화·교육 등 각종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초기에는 단말기를 통해 영화나 TV 프로그램 등 콘텐츠를 VOD방식을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를 지칭했지만 인터넷 기술 변화에 따라 콘텐츠 유통에 모바일이 포함되면서 의미가 확장됐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이제 여가시간이나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난 후 집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국경을 넘나들며 취향에 맞는 각국의 동영상들을 즐길 수 있게 됐다.
OTT 서비스가 가져다 준 가장 큰 변화는 방송시간을 기다리거나 이에 맞출 필요 없이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드라마를 골라 볼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이런 변화는 필연적으로 또 하나의 시청 패턴의 변화를 초래했다. 드라마 ‘빈지 워칭’(binge-watching), 즉 ‘몰아보기’가 보편화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TV 드라마 시청은 매주 드라마가 방송되는 시간까지 기다렸다 보는 수밖에 없었지만 VOD서비스와 OTT로 이제는 내가 원하는 만큼 얼마든 한꺼번에 보는 일이 가능해진 것이다. ‘빈지 워칭’은 드라마 시청권에 있어 항상 ‘을’이었던 시청자들에게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선택권을 안겨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9시간 만 투자하면 지난해 넷플릭스의 최고 인기 드라마였던 오징어 게임’의 9개 에피소드를 전부 몰아 볼 수 있다. 감질나게 전개되는 스토리를 매주 기다렸다 봐야하는 고역을 더 이상 겪지 않아도 되게 된 것이다.
연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하루 TV 시청시간은 2.7시간이다. ‘빈지 워칭’과 관련해서는 팬데믹 이전 넷플릭스가 실시한 한 설문조사 결과가 추세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이 조사에서 넷플릭스 사용자들 가운데 61%가 보통 한번 앉은 자리에서 2개에서 6개 사이의 에피스드를 시청한다고 응답했다. 팬데믹 이후 그 시간이 더 길어졌으리라는 건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설문 응답자들 가운데 73% 이상은 ‘빈지 워칭’을 하는 이유로 감정적인 만족감을 들었다. 뿌듯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에피소드 내에서 뿐 아니라 에피소드를 넘나드는 암시와 복선이 보여 한층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내가 원하는 만큼 볼 수 있다는 사실은 아주 작으나마 삶의 통제권을 갖고 있다는 느낌도 안겨준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 너무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한 법. 너무 TV 앞에만 앉아 있다 보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소홀해 질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빈지 워칭’은 우리의 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빈지 워칭’으로 드라마 시리즈를 몰아보고 난 후에는 일종의 상실감 같은 감정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상황적 우울증’이라 불리는 현상이다.
또 좋아하는 드라마에 계속 빠져 있다 보면 도파민이 생성돼 일종의 ‘유사 중독’ 상태가 된다는 연구도 있다. 이 과정은 도박과 약물 중독과 흡사하다. 침대에 누워서 혹은 푹신한 소파에 몸을 파묻은 채 장시간 드라마에 몰입하는 것은 결코 아무런 피해자가 없는 무해한 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차적인 피해자는 물론 그 자신이다. 특히 침대에서의 ‘빈지 워칭은 수면 방해의 가장 큰 원인이 된다.
그러니 드라마 못지않게 당신 스스로를 사랑하고 있다면 지나친 ‘빈지 워칭’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알람을 설정해 한번에 TV를 보는 시간을 제한하거나 시청할 에피소드 횟수를 미리 정해놓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리고 TV 시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즐거움을 찾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걷기 등 신체 운동은 TV시청의 부정적 영향을 해소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