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의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 지 장에 가본 사람은 실감하게 된다. 육류 및 가금류 가격이 올랐다. 스테이크나 갈비, 랍스터는 특별한 날 먹어야 하는 음식이 되었다.
그동안 싸게 잘 먹어왔던 계란, 우유값도 엄청 올랐다. 폭염과 가뭄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와 노동력 부족 등으로 양파, 양상치, 당근, 오이 모두 모두 올랐다.
직장인들은 외식값이 올랐으니 한 푼이라도 절약하려고 도시락을 사온다. 뿐인가 평생 부어온 401K가 주가 하락으로 뚝 뚝 떨어지는 소식에 ‘ 내 은퇴자금 어쩌나?“ 하는 걱정들을 하고있다.
모기지나 렌트비, 유틸리티 비용, 셀폰, 자녀교육비는 고정적으로 나가니 줄일 수가 없다. 그러니 식품비를 줄이고 있다. 그래도 부족한 생활비는 크레딧 카드로 쓰게되고 그러자니 눈덩이처럼 부채가 쌓이고 있다.
또한 물가 상승을 수입이 못따라가니 투 잡, 쓰리잡도 뛰어야 한다.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퇴근 후나 주말에는 음식배달뿐 아니라 번역, 원고정리, 청소대행, 피아노 교습에 바느질까지 하고 있다. 개스비를 절약하려고 집앞에 세워두는 차가 늘고 있고 걸을만한 거리는 걸어가고 있다.
늘어난 생활비와 싸움을 하는 가운데서도 긴 여름방학이 끝나고 뉴욕이나 뉴저지 지역에 따라 이번 주와 다음 주에 백투스쿨을 한다. 새학년 개학을 준비하는 이 시즌에는 아무리 돈이 없어도 부쩍 커버린 아이들 옷과 운동화, 백팩을 새로 장만해주어야 하고 필요한 학용품도 준비해 주어야 한다. 백팩, 런치박스, 노트, 풀과 가위, 연필, 형광펜, 지우개, 폴더, 포스트잇, 티슈, 지퍼백, 쓰레기봉투 등 준비할 것이 많다. 어느 학부모가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 백팩 가격이 70달러였다고 전해준다.
이뿐인가. 소비자데이터 회사 클로버에 의하면 접착용 테이프 가격이 70%, 펜은 55%, 풀은 30% 상승했다고 한다. 책과 폴더, 도시락통 등등 안오른 것이 없다. 학부모의 부담감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
한인커뮤니티에서는 학부모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자 민권센터, 뉴욕한인학부모협회, 뉴욕봉사센터 등에서 뉴욕무료 백팩 나눔 행사 및 학용품 전달행사를 열었다. 줄리 원 뉴욕시의원, 론 김 뉴욕주하원의원도 백팩 나눔행사에 동참했다.
오는 9월 10일은 우리의 명절 추석이다. 미국에 살아도 여전히 추석 차례상을 차리는 한인가정도 있다.
“그동안 곶감을 최상품으로 올렸었는데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 지 이번에는 중품으로 올려야겠다. 조기도 세 마리 올리던 것을 딱 한 마리만 올리겠다. 육적도 생략하고 탕국만 올리려 한다.” 며 매년 거창한 차례상을 올리던 여성이 추석제수용품을 최대한 줄여서 구매하겠다고 한다. 게다가 매년 한국의 가족, 친지들에게 육류와 굴비세트를 보내던 고국통신판매에 올해는 가격이 저렴한 것을 보냈다고 한다.
이처럼 다양한 절약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다. 백투스쿨 준비물은 브랜드 이름은 보지 말고 먼저 싼 가격부터 체크해야 한다. 식품도 한 푼이라도 싼 가격을 찾다보니 이래저래 발품 팔 일이 많다. 씀씀이를 줄이는 일이 당장은 힘들고 귀찮아도 생활고를 이겨나가는 방법이다. 어쩌겠는가 이렇게 버티는 게 인생이라는데. 코로나19가 갑자기 연기처럼 증발하고 경기가 다시 좋아질지, 아니면 침체기가 더 깊어질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용기를 주는 시 ‘넘어져 본 사람은’ (시 이준관) 한 편을 소개한다.
“넘어져 본 사람은 안다/ 넘어져서 무릎에/ 빨갛게 피 맺혀 본 사람은 안다/ 땅에는 돌이 박혀 있다고/ 마음에도 돌이 박혀 있다고/ 그 박힌 돌이 넘어지게 한다고/ 그러나 넘어져 본 사람은 안다/ 땅에 박힌 돌부리/ 가슴에 박힌 돌부리를/ 붙잡고 일어서야 한다고/ 그 박힌 돌부리가 나를 일어서게 한다고/ ”
이 세상을 함께 살면서 같은 처지에 있는 우리들은 서로에게 위로를 주고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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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