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다리가 심하게 쑤셔 왔다. 근육통이었다. 오한이 동시에 일었다. 이마를 짚어 보니 열은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이 염천에 담요를 찾을 정도니 정상이 아니지 않은가. 약통을 뒤졌다. 감기 몸살이 아무리 심해도 이 알약 2알이면 30분 뒤에는 느낌이 왔었지. 오랜 경험이다. 약을 먹고 한 시간을 잤으나 몸 상태는 나아진 게 없다. 전에 없던 일이다. 이번 건 목이 심하게 아프다던데, 목은 괜찮은 것 같지만 코로나 증상은 98가지인가 된다고 하지 않던가. 덜컥 걱정이 된다.
그 자리에서 물어봐 둘 걸, 코로나 검사를 해 봤어야지. 요즘은 4명 만나면 2~3명은 코로나에 걸려 봤다는 자리도 있다. “당신은 언제 걸릴거야?” 무경험자에게 이런 인사를 하는 경력자도 있다. 자기는 지나갔다 이건데, 얼마 전에 걸렸으니 수퍼 면역이어서 앞으로 두 어달은 괜찮을 거라는 근거가 확실하지 않은 자신감을 보이기도 한다.
코로나 경험자 중에는 감기처럼 지나갔다는 사람도 있으나 생각했던 것 보다 고생했다는 이들이 좀 더 많은 것 같다. 어느 정도 과장이 섞인 경험담 일 것이라고 에누리해 듣기는 하지만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게 코로나 아닌가.
집에 있는 자가 진단 키트는 몇 달전 연방정부에서 신청만 하면 무료로 나눠줬던 것. 찾아서 꺼내 보니 검사결과는 15분 후에 알 수 있다고 돼 있다. 요즘 약국에서 파는 키트는 결과를 즉각 알 수 있고, 더 정확하다고 하던 말도 들은 적이 있다.
박스를 뜯고 설명서를 읽어 봤으나 아리송하다. 글씨도 작고 사용법도 잘 모르겠다. 돋보기를 쓰고 두 세번 들여다보니 아무래도 설명서의 그림이 다르다. 설명서에는 튜브가 2개라고 나와 있는데, 아무리 봉투를 뒤집어 흔들어도 하나밖에 없다.
튜브 하나는 검사 시약이 든 것, 다른 하나는 빈 튜브. 검사 용액이 든 플라스틱 튜브를 찢어 빈 튜브에 짜 넣은 뒤 좌우 코 속을 후빈 면봉을 집어넣으라고 설명서는 말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들어 있는 튜브는 하나밖에 없다. 이런-. 튜브가 하나인 대신 검사 시약이 이미 거기 들어 있네. 더 편리해진 것이다. 검사 키트는 진일보한 반면, 설명서는 옛날 것을 그대로 집어넣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헷갈리지. 요즘은 미국도 믿을 수 없다니까, 미국 불신에 한 가지가 더해진다.
걸렸다면 어디서 그랬을까. 지난 주일 예배에 참석했으나 유별나게 마스크를 둘씩 쓰지 않았나. 그중 하나는 성능이 빡 센 N95였다. 이 정도면 감염자 속에 있어도 나름 철벽 방역, 예방 효과가 90%이상이라는 실험 결과를 들은 적이 있다. 아니구나, 그 전날 다른 모임에도 참석했었지. 식당에서 10명 정도가 모였는데, 그중 한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마스크를 쓴 채 자리 하나를 비우고 앉아 있었지.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한 부분 아닌가.
양성 판정이 나오면 누구 누구에게 전화를 해서 고백해야 하나. 당장 오늘 저녁 약속은 지킬 수 없게 될 것이고, 내일도 한 사람을 보기로 했는데-. 맘모스 쪽으로 산행을 겸한 캠핑에 참석하기로 했던 약속은 취소해야 겠구나.
더 곤란한 것은 이번 주말 샌프란시스코에서 있을 아는 분 자녀의 결혼식. 집에서 한 사람만 참석하기로 한 이 결혼식 후에는 오랜 친구들끼리 모처럼 단체 여행을 가기로 하고 예약도 모두 끝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한 집에 사는 사람이 직전에 코로나에 걸렸다는데 아무 일 없는 척, 한 차를 타고 여행 다닌다는 것은 양심 불량 아닌가.
설명서에 있는 대로 면봉을 짜낸 검사 시약 3방울을 떨어뜨린 후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뒤죽박죽 이런 생각들이 겹치자 머리가 지끈거린다. 길었던 15분. 전화기 얼람이 울리고 눈금은 음성임을 말하고 있다. 어느 새 근육통은 싹 사라졌다. 코로나, 이제 별거 아니라고 누가 그랬나. 코로나 감염 문제는 아직까지는 적어도 전 식구에게 피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치는 패밀리 비즈니스라고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