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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강화와 반중 사이의 고뇌

2022-08-12 (금) 김흥규 아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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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3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미중 전략 경쟁에서 대만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중국은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대만 주변 해역을 목표로 미사일 훈련을 실시했다. 추가로 미중 간 대화·협력 채널의 대부분을 취소·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대만 문제로 인한 미중 간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미중 관계가 얼어붙는 것은 불가피하다. 경제 회복을 통해 정국의 주도권을 노리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는 뼈아프다.

대만 문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중 관계의 주요 관심 사안이자 바로미터였다. 양안 통일은 중국 공산당에는 국가 통일의 숙원 사업이자 최근 들어 핵심 국가 이익으로 규정한 사안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수교를 위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했지만 그 하나의 중국이 반드시 중화인민공화국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변한다. 현상 변경은 반드시 평화적인 수단으로 이뤄져야한다는 전제 조건도 달았다. 미국에 대만은 자유민주 체제의 상징 못지않게 공산 세력의 태평양 진출을 막는 지정학적 교두보였다.

중국은 1990년대까지 대만의 독립 시도를 무력 사용의 위협으로 억제하려 했다. 이후 미중 전략적 협력 시기에는 미국을 통해 대만의 통일 움직임을 압박했다. 그간 미국이나 중국 모두 대만의 현상 유지 세력으로서 이해를 공유했다.


그러나 미중 전략 경쟁이 본격화하자 대만 문제는 다시 미중 간 갈등 사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미중 전략 경쟁이 직접적인 군사 충돌이 아니라 경제, 특히 주요 핵심 산업 기술 분야에서 전개되면서 대만의 지정학적 중요성뿐 아니라 지경학적 중요성도 더욱 부각되고 있다. 미래의 국력을 좌우할 제4차 산업 분야에서 반도체 생산 능력은 핵심이다. 그리고 대만은 세계 반도체 생산의 중심에 있다. 대만 TSMC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생산 능력을 가졌고 미국뿐 아니라 중국에도 반도체 주공급원이다. 대만을 장악하는 강대국이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갖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펠로시의 대만·한국 방문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는 대단히 곤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했다. 펠로시의 대만 방문은 바이든 행정부도 달가워하지 않는 사안이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그리고 다가오는 중간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중국과의 갈등 관계를 완화해야 했다. 최근 들어 미중 간에 다섯 차례나 고위급 회담이 진행된 것은 이러한 상황을 말해준다. 그러나 자유주의 매파인 펠로시는 이 같은 바이든 정부의 요구를 무시하고 중국과 갈등이 불가피한 대만 방문을 단행했다.

평시라면 자유주의 매파에 가까운 청와대 안보라인은 이러한 펠로시의 행보를 크게 환영했을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 내 실용주의자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펠로시의 면담을 제지했다. 그렇지 않아도 가뜩이나 반중적인 태도와 언사로 한중 관계가 최저점에 와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중국을 자극하면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보였다.

많은 매체들이나 보수주의자들은 이 같은 윤 대통령의 결정을 비판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청와대 내 국익을 위한 고뇌와 다양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미국과의 동맹은 강화해야 하지만 중국을 적대 관계로 대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국제 정치는 정글과 같고, 여기서 생존하려면 신중함과 명민함이 동시에 요구된다. 항상 여지를 남기는 외교가 필요하고 이번 청와대의 결정은 어색하기는 했지만 그런 외교를 한 것으로 보인다.

<김흥규 아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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