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재정적 스트레스’ 해소의 첫걸음

2022-08-1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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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나면 물가가 오르는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은 미국인들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임금상승이 뒷받침 않는 상황에서 물가가 오른다는 것은 실질 구매력의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이 거의 40년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현재 미국의 경제상황은 그만큼 돈과 관련한 미국인들의 스트레스 또한 치솟을 수밖에 없음을 뜻한다.

이런 사실은 최근 미국 정신과협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2,000명이 넘는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거의 90%는 심각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에 대해 걱정하거나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정신과 협회의 결론은 현재 미국인들을 억누르고 있는 가장 큰 불안의 원인은 돈 문제에 따른 재정적 스트레스라는 것이다. 한동안 미국인들의 가장 큰 불안의 원인이었던 코로나는 재정적 스트레스 다음 순위로 밀렸다. 조사에서 코로나를 가장 큰 불안의 원인으로 꼽은 사람은 약간 줄어들었다.


이런 현상은 이웃나라 캐나다에서도 똑같이 확인되고 있다. 캐나다 재정계획 연구기관에 따르면 캐나다인의 38%가 돈을 가장 큰 걱정거리로 꼽았다. 이 응답은 개인건강(21%), 직장(19%), 인간관계(18%)를 꼽은 응답보다 훨씬 많았다. 응답자의 절반은 재정적 스트레스가 자신들의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수십 년 동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전례 없는 강도로 미국인들의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 이에 따른 스트레스는 당연히 정신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우울함과 정신적 피로, 수치심과 공포 같은 부정적 감정에 휩싸이게 되기 쉽다.

당연히 이런 부정적 감정은 신체적 건강도 해친다. 수면 장애는 가장 흔한 증상 가운데 하나이다. 잠을 잘 못 자게 되면 신체적으로 부정적인 영향들이 뒤따르게 된다. 행동 차원에서 본다면 음식을 더 많이 먹고 운동은 덜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영국의 수학자이자 수필가인 존 러벅이 “걱정하는 하루가 일주일간의 노동보다 더 피곤하다”고 말한 것은 바로 이러한 부정적 감정의 폐해를 지적한 것이다.

스트레스는 가만히 있다고 해서 저절로 없어지지 않는다.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면 무언가 행동을 시작해야 한다. 재정적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것 역시 그렇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수입과 지출 같은 자신의 재정상황을 꼼꼼히 점검해 새는 곳은 막고 줄일 수 있는 것은 줄이는 것이다. 한 달에 몇 백 달러라도 저축할 여지가 있는지 살펴보고 부채를 좀 더 갚아나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라.

작은 실천을 통해 자신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만 갖게 되도 불안과 스트레스는 자연스레 줄어든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출의 우선순위를 잘 세우고 불필요한 지출부터 없애야 한다.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욕망과 필요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필요하다면 재정적인 조언을 해줄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이들로부터 예산을 세우는 것에서부터 기본적인 투자 안내에 이르기까지 조언을 받을 수 있다. 캐나다 조사에서 이런 도움을 받는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덜 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소득수준이 높지 않은 계층일수록 재정적인 스트레스가 높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지난 2019년 메디케이드 수혜를 확대한 버지니아 주에서 실시된 재정적 스트레스 관련 연구조사 결과이다. 확대 조치 1년 후 실시한 조사에서 새로운 메디케이드 가입자들의 33% 이상이 의료비 등 재정과 관련한 스트레스가 혜택 이전보다 크게 낮아졌다고 응답했다. 그러고 보면 재정적인 스트레스로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는 계층은 소득수준이 낮은데도 정작 이런 복지 혜택에서는 제외되고 있는 ‘어정쩡한 저소득층’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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