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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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름이 무르익는 길섶

2022-08-10 (수) 박순옥 / 포토맥 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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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름의 향연이 익어가는 길섶
삼복의 옷 입은 잎새들이 서로의 몸을 부대끼며
장난꾸러기 바람과 놀고 있다
더러는 무리 지어 그네 타고
너울너울 세월을 날리며 널뛰기 한다

풀벌레들의 불협화음 오합소리 모음이
한층 무르익게 하고
푸드득 그림자 끌고 뛰며
날으는 철부지 외로운 산새
날개를 내리고 짹짹 반갑다고 인사한다

햇살, 바람, 나
초대된 영광의 자리
서걱거리는 바람이 슬며시 찾아와
건네주는 한 줌 향기
가슴에 묻혔던 그리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리움 따라 옮겨 가자니
해맑은 햇살이 등을 힘껏 민다

샘물처럼 솟는 아쉬움 땀방울
가슴골짜기를 타고 작은 강물로 내리고
무성한 나무그늘이 열어주는 치받이 길 올라가니
수선화꽃 가득 핀 쓸쓸한 가슴이 어느새
팔랑이는 잎새들 따라 그네를 타고 있다
푸르름의 향연이 익어가는 길섶에서

<박순옥 / 포토맥 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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