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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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생각 - 삶의 현장에서

2022-08-10 (수) 김자원/뉴욕불교방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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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소식이 끊겼던 그녀의 전화가 반가웠다. 남편을 떠나보냈던 그녀는 주위의 모든 이들과 단절했다. 은둔의 삶이었다.

의사, 금융업계 근무하는 두 자녀, 성실한 남편, 밝고 천진한 성격, 요가를 배우고, 기타 개인 렛슨을 하던 그녀가 하루아침에 두꺼운 커튼 드리운 집안에 갇혔다. 음식을 해가도 문을 열어주지 않아 밖에 놓고왔다 한다. 인터넷 ‘마쟝’만이 그녀의 일과였다.

남편의 지극한 보살핌이 전부였던 그녀였기에 세상을, 삶을 잃은 것이다. ’이게 십년만이죠? ‘아뇨, 9년4개월만이예요’ 서로 안으며 웃는 만남에서 9년4개월의 세월은 하룻만큼의 흔적이다.


자신의 망가진 자세, 체중변화 언급하며, 소일 삼아 파트타임 일도 나간다고 웃는 그녀. 칩거10여년의 세월은 그녀에게 무엇이었을지. 남편의 사랑 곱씹으며 지구에 떨궈진 자신 삶의 허망과 무정함을 탓했을까? 그동안 받았던 남편 사랑은 그녀에게 어떤 의미인가.

오랜 방황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온 그녀를 보면서 인생에서 좋은 것, 싫은 것, 옳고 나쁨은 무엇인가 도대체 그런 것이 또렷하게 정해서 있기나 한 것인가를 생각하게 했다.

무르익은 여름. 더위. 비 기다리는 마음 간절하다. 물 아껴쓰는 것으로 지구의 갈증 대신 나눈다. 설거지물 받아 밖의 나무에 주는 일, 물 함부로 쓰지 않는 행위에 들어있다. 하루에 계단을 열 번도 더 오르내린다. ‘그러다가 무릎 나간다’고 무모한 짓이라 충고 듣는다. ‘계단 오르내리는 것 다리 근육에 도움된다.’ 혼자 속으로 중얼거린다.

설거지도 큰그릇부터 차례로 싱크대에 넣어 놓고 물 적게 드는 설거지 요령도 익혔다. 한쪽엔 물받이통을 두고 하다 보니, 무심코 흘려보내는 물이 의외로 많음을 본다. 이 한 몸의 움직임이 수많은 이들과 지구와 자연의 도움 속에 이뤄짐을 느낄 때가 많다. 사람들의 이기와 편함을 위해 자연을 함부로 대하다가 당하는 자연재해를 이미 예견하는 이들이며 전문가도 많다.

일거수일투족의 행위, 의식적 사고의 방향을 나만의 위주가 아닌 더불어를 늘 헤아리며 사는이들이 많다. 특히 젊은이들의 자연사랑의 발언이나 의식은 지구에게 우리의 미안함을 면해주는 것같아 많이 기특하다. 세상의 희망이다.

마음 차분하게 호흡에 집중하며 공기의 기온을 천천히 느끼는 것으로 더위를 다루신다는 분의 얘기를 들었다. 훈훈한 날씨, 그 훈훈함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는 편안한 모습 떠올라 미소가 지어졌다.

더위 견디는 일도 마음수행과 무관하지 않음을 알다. ‘마음이 번뇌에 물들지 않고 선악을 초월하여 깨어 있는 사람에게는 그 어떤 두려움도 없다’ 는 성인의 말씀, 덥다 춥다 좋다 싫다 하는 그 분별의 마음이 사실은 번뇌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깨어있음은 분별의 마음 벗어날 때 가능하다. 깨어있음으로 번뇌를 알아차리고 그것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일 소중함도 느낀다.

시시한 쾌락 버림으로 큰 기쁨 얻을 수 있다. ‘더 큰 기쁨 위해 시시한 쾌락을 기꺼이 버리라’ 는 얘기도 있다. 시시한 쾌락이 큰기쁨의 길에 방해가 된다는 것 안다면 기꺼이 버릴 수 있을 것이다. 시시한 쾌락과 기쁨의 차이점 알게될 때, 자신을 보호하는 마음이 가능하리다. 이 모든 것들이 우리 일상 삶의현장에서 비롯된다는 것 희유한 일이다.

<김자원/뉴욕불교방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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