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더위가 한창이다. 지난 16일은 초복, 26일은 중복, 8월15일은 말복이다. 삼복(三伏)은 일년 중 가장 더운 시기로 이 삼복이 지나면 아, 이 여름도 끝이구나 하게 된다.
미국의 여름은 뒤뜰이나 해변에서 가족과 친지, 친구들이 모여 LA 갈비와 핫도그 바비큐를 즐기는 계절이기도 하다. 그러나 올 여름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LA 갈비를 비롯 모든 육류 가격이 대폭 올라 바비큐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러다보니 과거처럼 바비큐를 하는 횟수도 대폭 줄어들었다.
핫도그는 싸고 맛있어 가장 대중적인 음식이다. 핫도그 빵 사이에 소시지를 넣고 피클, 양파 썬 것, 케첩, 겨자 등을 얹어 먹는데 코스코 푸드코트에서는 양파와 피클 썬 것이 무한 리필이었다. 그런데 이 코스코 음식값도 올랐다.
핫도그 이야기를 하다 보니 20여년 전 브루클린 코니아일랜드에서 열린 네이탄 핫도그 먹기 경연대회를 보러 간 일이 생각난다. 준결승에 올라간 남자 서너 명 중 한명이 얼굴이 시뻘겋게 되어 컥컥거리고 땀을 뻘뻘 흘렸다. 40대 중년남자인 그는 핫도그 수십 개를 순식간에 먹어 치운 후 더 이상 소화기능이 작동하지 않아서인지 결승에 올라가지 못했다.
“저렇게 먹기 괴로운 것을 왜 빨리, 많이 먹기 내기를 한다는 거지?”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먹는 것은 즐겁게, 마음 편하게 먹어야 체하지 않고 몸에도 영양을 준다.
요즘 “날씨가 덥다보니 입맛이 없고 힘도 없는 것이 냉방병에 걸린 것 같아.” 하는 사람이 제법 많다. 과도한 냉방으로 된 실내와 뜨거운 외부와의 온도차에 몸이 적응하지 못해 걸리는 것이다. 더운 날이면 우리 몸은 땀을 배출해 열을 내보내고 체온을 유지한다. 그때 수분, 무기질 등도 함께 빠져나가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이럴 때 음식으로 원기 보충을 해주어야 한다.
한인타운 식당마다 복날을 맞아 ‘더위 이기는 여름 특선메뉴’가 한창이다. 원기회복에 최고인 삼계탕, 영양을 보하는 곰탕 및 도가니탕, 고소한 맛이 일품인 별미 콩국수와 얼음이 동동 뜬 냉면, 또 체온을 내려주고 기력을 회복시키는 메밀국수가 입맛을 돋우고 있다.
더위를 이기는 조상의 지혜가 아래 글에 잘 드러나 있다.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에 보면 복날은 더위를 제압, 굴복시키는 날이라면서 “삼복이 지나는 30일 동안 습기가 많고 여름철 가장 무더운 때다. 땀을 많이 흘려 체력이 크게 소모되므로 산간계곡에 들어가 탁족(濯足)을 하고 바닷가 모래찜질을 하면서 더위를 이겨낸다. 이열치열, 열이 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더위에 지친 몸 보양을 한다”고 되어있다.
영양이 풍부하고 가격도 저렴한 삼계탕이야말로 여름에 가장 적합한 음식이라 하겠다. 삼계탕에는 기운 보강을 하는 찹쌀, 마늘, 인삼에 밤과 대추를 첨가하여 끓인다. 닭고기의 기운을 돋워주는 성질과 함께 따뜻한 성질의 음식을 먹는 것이다. 또, 나이와 함께 생기는 근육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운동과 함께 닭고기를 섭취해야한다고 한다. 다이어트나 근육을 만들 때 먹는 가장 흔한 음식이 닭 가슴살이다.
선조들의 더위를 이기는 지혜를 찾다보니 여름철에 팥죽도 먹고 있다. 팥죽은 원래 동지에 먹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무더운 복날에 악귀를 ?으며 무병 기원하는 뜻에서 삼복에 팥죽을 쑤어 먹으면 더위를 먹지 않으며 질병에도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초복부터 말복까지 팥죽을 먹는 풍속이 있다.
또한 여름철 떡으로 떡이 쉽게 상하지 않도록 쌀가루에 술을 넣고 반죽하여 발효시켜 찐 떡인 증편(기주떡)을 여름철에 먹었다.
우리 속담에 ‘재물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고 사람을 잃으면 많이 잃은 것이고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은 것이다’고 했다. 코로나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이번 여름, 각별히 건강에 신경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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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뉴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