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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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를 뿌려라

2022-08-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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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을 종식시키는 데 가장 효과적인 무기는 무엇이었을까. 스팸이란 우스갯말이 있다.

동부전선의 러시아의 한 소도시. 독일군의 포위와 집중포화에 완전 고립됐다. 결국 식량이 바닥났다. 굶어 죽기 직전의 절체절명의 순간 하늘에서 ‘만나’가 내렸다. 미군 수송기가 스팸과 가공 처리된 빵 반죽 등 비상식량을 하늘에서 대량 살포한 것이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생전 즐겨 찾았던 식품의 하나는 스팸이다. 어린 소녀시절 2차 대전이 발발했다. 나치 히틀러 독일군의 총공세에 전 유럽대륙이 무너졌다. 남은 건 영국 하나뿐이었다.


독일의 공격으로 해양수송도 힘들게 됐다. 결국 식량 배급제가 실시됐다. 두 주에 계란 하나, 한 주에 고기 500g, 치즈 30g. 이런 식으로. 사람들은 영양부족에 걸릴 지경이었다.

그런 와중에 루즈벨트 미대통령의 대연합국 물자지원 프로그램에 따라 미국에서 스팸이 몰려들어왔다. 거의 무제한이라고 할 정도로 쏟아지는 이 간이 햄 통조림은 영국 군인이나 시민에게 단비 같은 존재였다. 너도 나도 스팸을 찾다보니 영국은 ‘스팸 랜드’로 불릴 정도가 됐다.

전시인 어린 시절 먹고 자란 스팸은 대처 전 종리에게 소울 푸드 같은 존재가 돼 평생의 기호 식품이 된 것이다.

1941년 제정된 루즈벨트의 대연합국 물자지원 프로그램은 무기 대여법(렌드-리스, Lend-Lease)으로 알려져 있다. 이 프로그램은 루즈벨트가 1940년에 주창한 민주주의의 병기창(Arsenal of Democracy) 정책의 일환으로 각종 무기나 군수품 외에도 식량 지원도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총 501억 달러(오늘날 가치로는 1,620여 억 달러상당)의 전쟁물자가 연합국에 대여됐다. 영연방에 대여된 물자는 314억 달러로, 그 중 식품이 차지한 비중은 13%에 이른다. 나치 독일의 소련 침공 후 소련도 이 프로그램에 따라 113억 달러의 지원을 받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되고 있다. 수많은 사상자와 함께 전쟁 난민은 수백만에 이르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러시아의 침공은 세계의 에너지시장, 금융시장에도 막대한 타격을 입혔다.

이와 동시에 또 다른 위기가 발생, 대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식량위기에 따른 전 세계적인 기아다.


천재와 인재가 겹치고 코비드 팬데믹이 휩쓸면서 세계의 식량과 에너지 시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부터 이미 이상 징후를 보이고 있었다.

2020년 1월에서 2022년 초 기간 동안 미국의 식품소비자가격은 거의 15%가 올랐다. 반면 이집트는 21%가 올랐고 레바논은 2020년에만 402%, 2021년에는 438%, 2022년 첫 4개월에만 374%가 올랐던 것.

우크라이나 전쟁여파로 세계의 식량공급망은 부분적으로 자칫 마비 상태를 맞을 정도다. 이와 함께 ‘글로벌 사우스’로 통칭되는 저개발국가들은 기아상태에 직면할 가능성에 직면하고 있다.

이집트, 아프가니스탄, 에티오피아, 아프가니스탄, 케냐,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사우스 수단, 예멘 등이 바로 그 핫 스팟 나라들로 중동과 북아프리카지역의 대부분 나라들이 식량위기의 심연에 빠져들고 있다는 보고다.

이 상황에서 새삼 제기되고 있는 것이 있다.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81년 만에 소환된 미국의 렌드-리스법을 확대, 적용해 식량난에 허덕이는 이들 나라들을 도와야한다는 주장이다.

미국의 식량비축은 충분하다. 해외에 풀어도 국내 식품가 인플레를 유발하지 않는다. 동시에 공급능력도 보유하고 있다. 그러니 적극적 식량지원에 나섬으로써 그동안 실추된 미국의 위상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맞는 주장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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