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국정평가 지지율이 내리막길(28%)을 보여 충격을 주고 있다. 새 정권 집무 3개월이 채 안돼 이렇게 민심을 잃어가고 있다니 큰일이 아닌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공연 제2부 마지막 곡이 하필이면 푸치니(Puccini) 작곡 오페라 투란도트(Turandot) 중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를 불러 왠지 답답하고 불길한 예감이 밀려왔었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민심 동향은 조변석개(朝變夕改)라고 하지만 우리 국민의 풍조야말로 특히 요사스러운 것 같다. 임기 시작도 안한 당선자를 놓고 무능 유능을 저울질하고 보름도 안돼 여론조사로 법석을 떨었다. 심지어는 차기 대통령 후보들을 올려놓고 여론몰이까지 하는 등 저질 정치문화가 일상화돼 버린 지경이다. 당선 축하, 협조 대신 공격, 트집잡기부터 시작하는 게 우리 사회다.
신임 윤 대통령은 전 세계가 경제난을 치르고 있는 시기에 취임했다. 세계는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국민들은 생활이 어려워지면 무작정 정부부터 원망한다. 신임 윤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우려는 경제문제에서보다는 리더십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그에 대한 국민들의 지적은 ‘소통 능력 부족’이다. 소통 능력은 지도자가 갖춰야 할 필수 덕목이다.
윤 대통령은 인사문제로 크게 비난을 받고 있다. 당연히 속속들이 잘 아는 사이 즉 정치철학과 소신 성향이 같은 인물을 선택하다 보면 대상이 측근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일면식도 없는 생면부지의 인물을 임용해야 한다는 논리가 불합리한 주장이 아닌가.
이런 반론 대신 “전 정부에서는 안 그랬느냐”, “더 잘 난 사람 나와 봐라” 라는 식의 변명에서 그의 소통 미숙이 드러난다.
물론 부정비리, 음주운전, 관명 사칭, 뇌물수수 따위의 전력이 있는 자들을 등용하는 것도 절대 금기 사항이다. 윤 대통령이 반성해 볼 내용일 것이다.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 교육부의 만 5세 어린이 초등학교 입학 사항도 충분히 긍정적인 면이 있다. 그러나 사전 여론 수렴이나 토의도 없이 불쑥 확정, 방침처럼 공표하여 반대 의견이 불만, 비난으로 증폭되고 있다. 독선으로까지 비친다.
민생을 직접 단속하는 경찰이 무소불위의 공권력을 행사하게 될 경우를 상상해 보라. 경찰권 견제 정책은 매우 타당성 있는 조치이다.
윤 대통령의 도어 스텝팅(출퇴근 문답·회견)은 나라를 이끄는 국가 제1인자의 대국민 소통 방법이 아니다. 본인의 저의는 십분 이해가 되지만 매일 출퇴근 때마다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면 말이 많아지고 무게감이 떨어지고 진담과 잡담, 사담, 농담이 뒤섞여 말실수를 생산하게 마련이다. 주변에서 모두들 도어 스텝핑에 집착하지 말라는 의견이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공개념으로 해석된다. 공과 사가 딱 부러지게 구분되지 않으면 당장 국민들의 비난이 쏟아진다. 부인 김건희 여사에 관한 갖가지 잡음도 없어야 한다. 너절한 개인 일탈, 무분별 매너, 월권 등으로 소문이 난다면 이건 대통령 위신이 손상되는 일이 아닌가.
윤 대통령은 자신이 어떤 위치에서, 무엇을 위해, 무슨 목적으로, 무엇을 하는 존재인가를 냉철하게 한 번 더 통찰할 필요가 있다. 현 주변 상황을 포함해서다.
지금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58명이 되는 장차관급 인사들이 법적 임기를 구실로 물러나지 않고 있다. 윤 정부와 반대 노선을 걸어왔던 전 정부 인물들인 만큼 윤 정부 진로에 지뢰가 깔려 있는 셈이다.
야당 박홍근 원내 대표는 국정연설에서 시장 언어를 인용해 ‘대통령 탄핵’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비판 세력은 새 정부에 협조하려는 자세보다 오히려 잘못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분위기라는 것을 실감해야 한다.
정적 이재명 의원은 단군 이래의 괴물 부정비리 수사를 정치 보복이라며 덮어씌우기를 하고 있다. 이런 사건을 그냥 덮고 지나가면 국가 정의가 나락으로 떨어진다. 이재명 의원이 고발 당해 있는 40여 개의 사건들이 투명하게 발복색원 될 때 윤석열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열화와 같은 갈채를 받게 될 것이다.
여당의 추잡한 내홍에도 칼을 빼 들어라. 문자 메시지 같은 얄팍한 수단으로 해결하려 들지 말고 대통령답게 큰 획을 긋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다수의 국민은 전면적인 경계 개편, 인사쇄신, 국정쇄신을 주도할 수 있는 중도지향의 제3세력 출현을 갈망하고 있다. 이 나라가 일부 정상배들의 놀이터가 돼서는 절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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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용 / 전 한민신보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