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거유예조치, 건물주와 세입자 모두에게 공평해야
2022-08-05 (금)
LA 한인타운에 작은 상업용 빌딩을 갖고 있는 건물주 A씨는 렌트비를 장기 체납하고 있는 테넌트들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입자 강제퇴거 유예조치’가 시작된 이후 세 들어있는 10여개 업소 가운데 3개 업소가 렌트비를 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곳은 가끔 조금씩이라도 납부해온 반면 나머지 두 업소는 퇴거 일시유예조치를 악용, 버젓이 영업을 하면서도 일전 한푼 안 내고 있다. 그럼에도 퇴거시킬 수가 없으니 재정적으로는 물론 심적으로도 속 앓이가 심하다고 A씨는 호소했다.
‘코비드-19 이빅션 모라토리엄’이 계속 연장되고 장기화되면서 임대주와 세입자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2년 넘도록 정상적인 렌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임대주들과 팬데믹 이후 수입이 줄거나 끊겨 렌트를 낼 수 없는 세입자들, 양측 모두 힘겹기는 마찬가지다. 소규모 건물 소유주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렌트를 받지 못해 심하게는 파산위기에 처해있고, 사상 최대의 인플레이션 속에 실수입이 크게 줄어든 서민들은 날로 높아지는 렌트비를 감당하지 못해 자칫 노숙자 신세로 전락할 상황에 직면해있다.
지난주 영세 임대 건물 소유주들은 존 이 시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퇴거유예조치의 조기 종료를 호소했다. 가장 엄격한 코로나19 관련 제한이 해제된 지 1년이 됐고 마스크 의무수칙도 해제됐으며, 대다수 주민들이 직장에 복귀하고 거의 모든 업소들이 영업을 재개한 시점에서 아직까지 퇴거유예 조치를 시행하는 것은 건물주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힌다는 주장이다. 사실 이제껏 스몰비즈니스 업주들을 위해서는 연방과 주 정부 차원에서 무상 그랜트, 경제상해재난 융자(EIDL), 임대료 지원, 미납 유틸리티 지원 등 많은 혜택이 있었지만 건물주들에 대해서는 눈에 띄는 인센티브가 없었다.
하지만 이 기자회견 바로 다음날 LA 시의회는 투표를 통해 퇴거유예 조치를 내년 8월1일까지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영세 건물주들은 앞으로 또 1년간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야할 형편이다.
건물주와 세입자를 위한 공평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건물주는 밀린 렌트를 분할 납부하도록 하거나 일정액을 깎아주는 타협책을 제시하고, 세입자는 무조건 버티기보다 제안을 받아들여 성실하게 지켜나가면서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공생의 자세도 필요하다. 시의회와 관련 기관들의 적극적인 노력, 솔로몬의 지혜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