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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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난과 노조 열풍이 주는 상생의 교훈

2022-07-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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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식당에 가보면 눈에 띄게 서비스가 늦고 부족하다. 넓은 홀에서 종업원 한두 명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주문받고 음식 나르고 접대하느라 웬만한 고객의 요구는 무시당하기 일쑤다. “일할 사람이 없다.” 요즘 서비스 업종과 소매 업소들에서 공통적으로 흘러나오는 신음소리다.

팬데믹 이후 직원들의 복직 거부와 사퇴 물결에 이어 인력난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여기에 고 인플레이션까지 겹치면서 영업시간을 줄이거나 아예 문을 닫는 비즈니스도 늘고 있다. 특히 여름철에 접어들자 ‘보복 휴가’에 나서는 사람들이 예년보다 크게 늘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미크론 감염이 급증하면서 코비드-19 확진에 따른 결근도 크게 늘어난 것이 업계의 고민이다.

그런 한편 최근 들어 미국에서는 노조 결성 열풍이 불고 있다. 세계 최대 커피체인 스타벅스의 뉴욕주 버펄로 매장이 지난해 12월 노조 결성에 성공한 후 지금까지 200개 매장에서 노조 조직안 투표가 가결됐다. 세계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에서도 지난 4월 뉴욕주 스태튼 아일랜드의 웨어하우스가 노조 결성에 성공하자 노스캐롤라이나, 켄터키, 업스테이트 뉴욕으로 노조결성 캠페인이 이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애플, 트레이더 조스, 치폴레, 룰루레몬 등의 리테일 업소들도 최근 노조 투표에 나섰고, 한인 식당으로는 처음으로 남가주의 겐와에서 노동조합이 공식 설립되는 등 지금 미국의 기업들은 종업원들의 강한 권리 주장에 맞닥뜨리고 있다.


구인난과 노조결성 열풍은 팬데믹 이후 노동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뀐 데서 기인한다. 과거 철저한 ‘을’의 존재였던 근로자들이 더 이상 낮은 임금과 열악한 업무 환경을 견디지 않겠다는 결의를 보이면서 서서히 고용주 ‘갑’과의 관계가 재정립되는 중이다. 일할 사람이 모자라는데 직원들의 요구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기업은 생존 자체가 위협을 받게 된다. 고용주와 피고용인이 협상 테이블에서 상생의 길을 찾아야하는 이유다.

기업 CEO와 노동자의 임금 격차가 무려 324배에 달하는 이 불공정한 사회에서 합당한 임금과 인간다운 근무조건은 시대의 요구다. 사람을 쓰려면 사람 귀한 줄 알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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