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는 최근 프랜차이즈 스타인 데미언 릴라드와 2년 1억2,200만 달러의 계약에 합의했다. 릴라드의 계약은 아직 2024-2025 시즌까지 남아 있다. 해당 계약은 2026-2027 시즌부터 적용된다. 이는 릴라드의 35세부터 36세 시즌에 해당된다.
릴라드가 포틀랜드와 맺은 연장 계약은 연봉으로 따지면 6,000만 달러가 넘는다. 현 NBA 최고연봉 선수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수퍼스타 스테판 커리의 4,578만 달러를 훌쩍 뛰어 넘는다. 하지만 릴러드의 새 계약이 2026년부터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이전에 다른 선수들에 의해 새로운 연봉 기록이 세워질 가능성은 대단히 높다.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도 연봉 6,000만 달러 선수가 탄생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MVP를 차지한 LA 에인절스의 오타니 쇼헤이(27)는 올해도 ‘투타 겸업’을 완벽하게 수행하며 메이저리그 정상급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뉴욕포스트의 한 칼럼니스트는 현재 오타니가 투수와 타자로 거두고 있는 성적이 지난해 사이영 수상자인 로이 레비(연봉 2,200만 달러) 그리고 보스턴 레드삭스의 지명타자인 J.D. 마르티네스(연봉 2,200만 달러)의 성적과 비슷하다며 이들의 연봉을 합산한 후 오타니의 마케팅 가치 1,500만 달러를 더하면 연봉이 6,000만 달러에 달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초대형 계약은 현 스포츠 시장의 연봉 추세로 볼 때 결코 불가능해보이지 않는다. 프로 스포츠 선수들, 특히 수퍼스타들의 연봉은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치솟고 있다. 사이영상을 3차례 수상한 바 있는 맥스 셔저는 스포츠 선수로서는 황혼기라 할 수 있는 37세의 나이에 뉴욕 메츠와 3년 1억3,0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최초로 연봉 100만 달러를 돌파했던 선수는 전설적인 강속구 투구 놀란 라이언으로 그는 1979년 시즌 후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4년 45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연봉으로 따지면 110만 달러이다. 현재의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400만 달러 정도이다. 금년 시즌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평균 연봉이 441만 달러임을 감안하면 당대 최고스타의 연봉이 현재의 평균에도 못 미친 것이다.
이처럼 프로스포츠 선수들의 연봉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데는 천문학적 액수의 TV 중계 계약이 자리 잡고 있다. 스포츠는 수백 개의 채널과 매체들이 난립하고 있는 TV 시장에서 가장 확실한 시청률 보증수표가 되어주고 있다. 이런 상황은 엄청난 액수의 중계료로 이어지고 그 중계료는 선수들의 연봉을 올려주는 데 사용된다.
그러나 TV 중계료만으로 프로스포츠 시장의 미친 연봉구조를 전부 설명할 수는 없다. 여기에는 돈을 물 쓰듯 하면서 스포츠 구단 인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수퍼리치들이 한몫을 하고 있다. 2020년 월스트릿 헤지펀드계의 거물인 스티브 코언이 뉴욕 메츠를 24억7,500만 달러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들에게 스포츠 구단을 인수하는 데 수십억 달러를 쓰고 선수들에게 거액의 연봉을 안겨주는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워낙 돈이 많은데다 팀의 성적은 자신들의 분야에서 정상에 선 그들에게 개인적인 자존심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 팀을 사들이는 게 아니다. 스포츠 팀은 수퍼리치들에게 희귀 수집품과도 같다.
배경이야 어찌됐든 하이퍼인플레이션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치솟는 스포츠 선수들의 연봉을 지켜보는 서민들의 마음은 그리 편치 않다. 그것이 거액의 스포츠 중계료 덕분이든 수퍼리치들의 자존심 경쟁 때문이든 그런 돈들의 상당부분은 보통 사람들의 주머니에서 빠져 나간 것이다. 인플레이션으로 실소득이 줄어 고통 받고 있는 서민들과 연봉 인플레이션에 올라타 상상하기 힘든 액수의 돈을 챙기고 있는 스포츠 스타들의 대비되는 삶은 미국사회 ‘빈익빈 부익부’의 또 다른 단면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