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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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스마트폰

2022-07-11 (월) 윤영순 / 우드스톡,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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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잠깐 불어오는 돌풍일망정 센 바람에 나뭇가지가 넘실넘실 춤을 추는 광경을 보노라면 숨 막힐 듯 진을 빼고 있는 무더위 속에서 자연풍이 여름날의 손님 같아 반갑기 그지없다. 에어컨 바람에 익숙해져 있는 젊은이들에게는 한철 무더위쯤이야 하겠지만, 노인들에게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닳아져 가는 육체가 선풍기 바람조차 싫은 내색을 한다. 그러니 무더위를 온몸으로 막아야 하는 여름철이 찾아오면 끔찍하게 느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매일 매일이 그날이 그날 같은 매너리즘에 빠져드는 일상을 반복하다 보면, 주말을 기다렸던 젊은 시절과는 달리 일주일의 시작을 알리는 월요일에 어쩌면 새롭고 반가운 소식이 찾아 올 것 같은 기대로 마음을 열곤 한다. 미국인의 88프로 이상이 스마트폰을 옆에 끼고 생활한다는데 나 역시 스마트폰을 시야 밖에 두는 일이 없다. 이제는 손 안에 쥐어진 이 작은 기계가 없는 세상이란 상상조차 할 수 없듯 지극히 자연스런 내 생활의 일부처럼 되어 버렸다.

아침 문안인사처럼 매일 성경구절을 짧게 카톡으로 보내주는 교인이 있는가 하면, 한국의 몇몇 친구들은 좋은 글과 함께 영상과 음악으로 밤낮 구별 없이 반가운 까치 소리마냥 “까톡”, “까톡”, “까톡” 댄다. 멀리 있어 가 보지도, 만날 수도 없는 일가친척들이 모처럼 페이스톡을 통해 화상통화를 하게 되는 날은 부지불식간에 받아 부시시한 얼굴이라 할지라도 마주보며 평안을 확인하고 건강을 빌어주는 화면 속의 대면이 그저 신기하고 대견스럽다.


옛날에는 한가로운 시간이면 음악을 듣거나 일기를 쓰곤 했는데, 이제는 스마트폰이란 친구가 옆에 있어 심심할 겨를이 없다. 무슨 일을 하다가도 모르는 것이 있으면 백과사전처럼 궁금증을 풀어주는 해결사 스마트폰, 요리책을 들춰보지 않아도 내 식과는 다른 또 다른 방식의 요리를 유튜브를 통해 요리사들이 자신만의 비결인 레시피를 안내해줘 숙련된 주부일지라도 참고를 하게 된다. 영어 발음이나 뜻을 정확히 알고 싶으면 구글로 들어가 단어만 치면 반복해서 발음까지 들려주니 자연히 사전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나에게는 영어 학습효과로도 한 몫을 톡톡히 한다.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스마트폰 속의 세계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단순하게 살기로 작정한 우리 또래 노인들도 시대를 역행 할 수만은 없는 듯, 세상이 빠르게 변해 다가오니 좀 더 첨단 통신기기와 익숙해지려 노력하게 된다. 망망대해를 헤엄치듯 새로운 기기와 친숙해 지면서 그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보면 눈에 띄는 또 다른 신기루를 만나게 된다. 언제부터인가 너나없이 많은 사람이 자신만의 창작을 통해 문학작품이나 각종 사진, 영상 등으로 영업 목적으로 또는 취미생활을 위해 블로그(blog)를 띄우고, 댓글을 통해 서로간의 생각을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많은 유익한 점도 있는 반면 단점도 있게 마련이다. 바로 스마트폰에 중독되어 원치 않는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를 접할 때마다 요술 방망이 스마트폰도 자칫 악용될 수 있음을 경계하게 된다.
얼마 전에는 한국에 있는 큰 아들이 생일 선물로 사계절 패션 모자 6개를 보내주어 졸지에 멋쟁이 할머니가 되었다. 예전부터 사진 찍기를 좋아했던 나는 편리한 스마트폰 속의 카메라를 이용해 마치 영국 왕실에서나 봄직한 모자를 스타일에 맞추어 잔뜩 폼을 잡은 채로 몇 장의 사진을 찍어 아들에게 보냈다.

누구에게나 이제는 스마트폰이 생활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니, 문명의 이기 스마트폰을 잘 이용만 하면 적적한 노년생활에 요술방망이 같은 고마운 친구가 되어주지 않을까?

<윤영순 / 우드스톡,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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