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각국의 뉴스 신뢰도 조사 결과를 담은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2022년도 보고서가 발간됐다. 2016년부터 조사 대상에 들어간 한국의 언론은 이번 조사에서 30%의 신뢰도를 기록, 전체 대상국 46개 가운데 40위를 차지했다. 전체 평균 신뢰도인 42%에 비해 12%P나 낮았다.
주목할 만한 현상은 지난 수년 사이에 ‘뉴스를 선택적으로 회피하는’(selective news avoidance) 이용자들의 비율이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경우 의도적으로 뉴스를 회피해 본 경험이 있는 이용자 비율이 67%에 달했다. 이는 2017년의 52%에 비해 15%P나 늘어난 것이다. 조사 시점이 20대 한국 대선이 실시되기 전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대선 후 뉴스를 멀리한다는 사람들이 늘어난 현재 한국 내의 선택적 뉴스 회피 비율은 조사에서 나타난 것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 추측해 볼 수 있다.
뉴스 이용자들의 선택적 회피는 그들 자신의 결정이지만 그럴 이유를 제공하고 있는 근원적 주체는 바로 언론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여기에는 객관성과 중립성을 상실한 언론의 ‘선택적 보도 태도’가 자리하고 있다. ‘선택적 보도 태도’에는 특정인 혹은 특정 정치 세력을 집중적으로 겨냥하는 ‘선택적 공격’이 중심적으로 자리하고 있지만 반대로 자신의 이해관계와 맞아 떨어지는 특정 세력을 보호하고 엄호하기 위해 그들과 관련된 부정적 이슈들을 애써 외면하는 ‘선택적 회피’ 또한 포함돼 있다.
뉴스를 회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나라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전반적으로 다른 나라들은 정치와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주제를 너무 많이 다루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한국에서는 “뉴스를 신뢰할 수 없거나 너무 편향적”이라는 것이 가장 주된 이유였다. 비슷한 사안을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진영 논리에 따라 전혀 다른 기준으로 다루는 언론들의 이중적인 보도 태도에 비춰볼 때 한국 뉴스 이용자들의 언론에 대한 이런 불신과 회피는 전혀 놀랍지 않다.
일부 언론의 논조는 교활하기까지 하다. 한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10여 년 전 한국에서 소주 매출이 크게 줄어들자 당시 정권이 맘에 들지 않았던 한 신문은 “소주 사먹을 돈도 없을 정도로 서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졌다”고 비판했다. 그러다 얼마 후 소주 매출이 다시 늘어나자 이번에는 “서민들이 소주로 한숨을 달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논조의 옳고 그름을 떠나 최소한 일관성은 있어야 하는데도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슈를 다루는 방식에서 ‘선택적 공격’과 ‘선택적 회피’가 교차하다 보니 뉴스 수용자들로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니 신뢰도가 떨어지는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이번 조사에서 미국의 순위는 한국보다 더 낮았다. 미국 언론에 대한 뉴스 신뢰도는 26%로 슬로바키아와 함께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 조사 결과가 말해주고 있듯 재미있는 사실은 뉴스 불신이 높은 나라들 대부분이 정치적으로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진보성향일수록 뉴스 불신 응답이 많은 반면 미국은 보수성향의 불신 응답이 80%를 넘는다. 보수 언론들이 지배하는 한국 언론 지형과 진보 매체가 강력한 미국이 언론 지형 차이가 이런 결과를 가져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매체별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에서 외형적 규모가 큰 언론사들일수록 불신을 받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왜 뉴스를 선택적으로 회피하는 이용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뉴스 이용자들의 ‘선택적 뉴스 회피’는 기본적 책무를 저버린 언론의 ‘선택적 보도 태도‘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