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레이드, 바비큐, 불꽃놀이 - 독립기념일을 축하하는 미국인들의 연례행사이다. 가족친지들이 뒷마당에 모여 바비큐 그릴에 불을 피우고, 핫도그며 햄버거를 굽고, 맥주잔 기울이며 담소하다가 오색찬란한 불꽃놀이로 하루를 마감하면서 본격적인 여름은 시작된다. 핫도그는 방학을 맞은 아이들에게 가장 손쉽게 만들어줄 수 있는 간식이자 식사. 여름은 핫도그의 계절이다.
사람은 핫도그를 얼마나 먹을 수 있을까? 핫도그 빵 사이에 소시지를 넣고 피클, 양파 썬 것, 케첩, 겨자 등을 얹으면 보통 1인분이다. 그런데 대개는 두 개, 세 개를 먹게 된다. 그렇다고 무한정 먹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인체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가 있다. 음식이 목까지 찼다고 느낄 정도로 지나치게 많이 먹고 나면 토하거나 심한 경우 기절을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사람이 한자리에서 먹을 수 있는 핫도그는 최대 몇 개가 될까? 그 한계를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바로 네이탄 핫도그 먹기 경연대회이다.
뉴욕시, 브루클린의 코니아일랜드에서는 매년 독립기념일 핫도그 먹기 경연대회가 열린다.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기업 네이탄스 페이머스가 주최하는 행사이다. 네이탄은 폴란드 태생 유대인 이민자의 이름. 1912년 네이탄 핸드워커는 아내 이다와 함께 코니아일랜드에서 핫도그 스탠드를 열었다. 개당 5센트의 핫도그는 근처 식당 핫도그보다 가격도 싸고 맛도 좋아서 엄청나게 인기가 끌었다. 핫도그 먹기 대회가 1912년부터 시작되었다는 설이 있지만 이는 대회홍보를 위해 주최자들이 살짝 곁들인 거짓말이고 1972년 즈음 시작되었다.
올해 경연대회 우승자는 대회 10분 동안 핫도그 63개를 먹어치운 조이 체스넛(38). 각종 먹기 대회에서 ‘조스’로 통하는 그는 먹기에 관한한 전설적 인물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47개 반을 먹은 2위 선수를 멀찌감치 따돌리면서 7년 연속, 그리고 지난 16년 동안 15번째 챔피언 자리를 고수했다. 지금까지 핫도그 먹기 세계기록은 10분 간 76개. 체스넛이 지난 2021년 대회에서 세운 기록이다. 먹는 데도 기술이 필요해서 선수들은 각자 자기 방식의 먹는 기술들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노스캐롤라이나, 하이포인트 대학 생리학자인 제임스 스모리가는 지난 2020년 네이탄 경연대회 참가자 152명의 기록을 토대로 사람이 1분 동안 최대 몇 개의 핫도그를 먹을 수 있는 지를 연구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성인이 매 60초 단위로 먹을 수 있는 핫도그는 7~8개. 핫도그 한 개의 양과 칼로리, 그리고 사람 위장의 신축성을 토대로 한 계산이다. 만약 이런 속도로 대회 10분간 지속한다면 한자리에서 70~80개를 먹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리고 나면 인체의 소화시스템이 멈추면서 더 이상 작동되지 않는다고 한다.
네이탄 대회는 선수들이 먹을 수 있는 핫도그 양을 최대 80개로 제한하고 있고, 챔피언인 체스넛은 이에 도전하고 있다.
스모리가 박사는 아울러 대회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과도하게 먹고난 후의 증상을 조사했다. 그에 따르면 대부분 선수들은 자신들의 한계에 도달한 후 속이 메스껍고 졸음이 오는 현상을 경험했다. 다행히 대회 40년 동안 너무 많이 먹다가 죽은 사람은 없었지만 식도가 찢어지거나 음식이 폐로 들어가 병원으로 실려 간 경우는 꽤 있었다.
핫도그 같은 가공육에는 염분과 지방이 많다. 핫도그 제조사들은 종종 질산염으로 가공, 나트륨 함량이 대단히 높다. 많이 먹어서 좋을 게 없는 음식이다. 여름방학 중 어느 지루한 오후, 아이들이 누가 핫도그를 많이 먹나, 누가 빨리 먹나 … 내기하지 않도록 부모들은 잘 살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