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법원의 급격한 보수화에 대한 우려
2022-07-01 (금)
연방 대법원이 연방 차원에서 여성들의 낙태권을 인정한 기념비적 ‘로 대 웨이드’ 판례를 시행 무효화한 결정을 강행했다. 얼마 전 이같은 결정문 초안이 사전에 유출돼 미국사회가 발칵 뒤집혔을 때부터 이미 예상은 됐었지만, 미국 여성 권익의 역사를 50여 년이나 뒤로 후퇴시킨 판결이 실제로 이뤄진 데 대한 충격과 후폭풍은 크다.
이번 결정은 미국사회에서 이른바 보수와 진보 진영 간 ‘문화전쟁’의 전선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보수와 진보의 구도가 6대 3으로 크게 기울어진 연방 대법원은 이번 낙태 문제에 그치지 않고 보혁 간 갈등의 중심에 있는 첨예 이슈들에 대해 잇달아서 좌우의 균형추를 허물어 버리는 판결을 내리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연방 대법원은 낙태 금지 판결에 앞서 뉴욕주의 총기규제법에 대한 위헌 소송에서도 찬성 6, 반대 3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총기 폭력에 희생당할 위험성이 있는 판결이 대법원의 6 대 3 구도에 따라 내려진 것이다. 또 고교 스포츠 경기 뒤 공개기도 허용, ‘미란다 원칙’ 제한 등 최근 연방 대법원의 판결들이 모두 보수 성향 대법관 6명의 찬성, 진보 성향 3명의 반대 속에 이뤄졌다.
이같은 대법원의 보수 편향은 도널드 전 트럼프 대통령 시대가 만들어낸 유산이다.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3명의 보수 성향 대법관들의 임명을 밀어붙임으로써 대법원의 균형추를 뒤집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급격한 보수화는 미국민들의 전체 여론과는 거리가 있다. 이번 낙태 판결 후 나온 여론조사에서 미국민 10명 중 6명꼴인 59%는 대법원의 결정을 지지하지 않고, 58%는 의회 차원에서 낙태를 합법화하는 연방 차원의 법률 제정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권 분립에 토대를 둔 미국 민주주의에서 대법원의 질주가 심화되는 상황은 다른 브랜치들의 견제 강화로 균형을 잡아야한다. 연방 의회에서는 대법관 정원 증원과 함께 사망할 때까지 재직할 수 있는 종신제에 대해서도 메스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의해 지명된 브랫 캐버노와 닐 고서치 대법관 2명이 의회 청문회 과정에서 인준에 난항을 겪을 때 낙태를 불법화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하고 청문회를 통과했는데 이번에 180도 태도를 바꾼 것은 의회를 기만한 것이라는 지적을 대법관들은 직시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