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 낙태권 입법 나설듯…필리버스터 개정 반대의원 설득이 과제
▶ “우크라에 조만간 1조원 추가 지원…사우디 국왕·왕세자 만날 것”
조 바이든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로이터=사진제공]
조 바이든 대통령이 30일 낙태권과 사생활권 보호를 위한 입법을 위해 상원의 '필리버스터' 조항에 대한 예외 적용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사회를 극심한 분열로 이끈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 이후 연방 차원에서 여성의 낙태권을 보호하는 입법에 속도가 붙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대법원의 낙태권 폐지 결정 이후 이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성문화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 방법은 의회의 표결이고, 만약 필리버스터가 그 길에 방해가 된다면 우리는 여기에 예외를 적용해야 한다"며 "낙태권뿐만 아니라 사생활에 대한 권리를 위해" 필리버스터 규정을 바꾸는 데 대해 열린 입장이라고 밝혔다.
무제한 토론을 통해 합법적으로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상원의 고유 권한인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기 위해선 상원에서 60명 이상의 동의를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과 공화당이 정확히 양분하고 있는 현재 상원 의석 분포 때문에 민주당이 추진하는 주요 입법 과제들이 공화당의 당론 반대에 부딪혀 제동이 걸려왔다.
바이든 대통령도 앞서 투표권 관련 입법에 예외적 상황을 인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필리버스터 규정을 존중하는 입장을 보여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로 대 웨이드'를 폐기한 대법원의 판결 직후에도 행정부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제한적이라면서 향후 낙태권 입법을 위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대한 지지만을 호소했다.
그러나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 진영에서 연방 차원에서 낙태권 보장을 위해 바이든 대통령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불만이 제기되자 필리버스터 규정의 예외 적용을 통한 입법에 대한 지지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 같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힘에 따라 민주당이 한층 공격적 태도로 낙태권을 보장하기 위한 입법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민주당이 행동에 옮기기 위해선 필리버스터 규정 예외 적용 방침에 대해 이탈표가 없어야 한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올해 초 투표권 관련 입법에 대해 필리버스터 규정 예외 적용 지지 입장을 밝혔으나 웨스트버지니아 출신 조 맨친 상원 의원과 애리조나 출신 키르스텐 시네마 상원 의원이 반대해 결국 입법에 이르지 못했다.
CNN은 이런 점을 의식한 듯 바이든 대통령이 필리버스터 규정 예외 적용에 대해 지지 입장을 발표했지만 최적의 시점은 내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필리버스터 예외 적용에 부정적인 의원들의 입장을 무시해도 될 수 있도록 상원에서 최소 2석을 더 얻고, 하원에서 다수당을 유지하고 난 뒤에야 이런 조치에 나설 것이라며 지금의 중간선거 전망에선 아주 힘든 일이라고 CNN은 지적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낙태권 폐지라는 대법원의 분노스러운 행동으로 미국의 지위가 불안정해졌다"고 비난하면서 "그러나 미국은 이전보다 한층 더 세계를 이끄는 자리에 존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거듭 강도 높게 비판하며 조만간 우크라이나에 대해 8억 달러(약 1조412억원) 규모의 추가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패배하지 않았다는 것이 확실해질 때까지 미국과 모든 동맹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는 이미 러시아에 이미 심각한 타격을 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에너지와 가격 상승과 관련해서는 "러시아, 러시아, 러시아 때문에 에너지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것이 기본 사실"이라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매우 무거운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거듭 규탄했다.
이어 내달 사우디아라비아 방문과 관련해선 사우디 국왕과 왕세자를 만날 예정이라고 확인하면서도 원유 증산 요청을 직접적으로 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에 증산을 요청할 방침이냐는 질문에 "아니다"라며 "나는 걸프국가 전체에 원유를 증산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으며, 특별히 사우디아라비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번 나토 회담에 대해선 "우리 모두가 이번 회담이 역사적 회담이라는 데에 의견을 함께할 것"이라면서 러시아를 '가장 중요하고 직접적인 위협'으로 규정하고 '중국의 도전'을 명시한 새 전략개념 도입 의미를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는 변화했다"며 "이번 회담은 동맹을 강화하고, 현재 및 미래의 도전에 직면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