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독립기념일(Independence Day)은 1776년 7월 4일, 영국의 식민지였던 시절에 소수의 투사들이 영국의 지배로부터 독립적이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선언한 것을 기리는 날이다.
독립 선언은 영국의 식민지로부터 벗어나겠다는 강한 독립의 의지를 만방에 드러낸 전쟁의 결단이었다. 신생 미국이 영국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있던 것은 그로부터 시작된 수년간의 피비린내 나는 독립전쟁에서 승리한 후에나 가능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독립전쟁은 미 동부 전체를 초토화시키는 수많은 전투후에야 1783년 파리평화협정을 맺음으로 종식되었다. 신생국가 미국이 독립선언문을 채택한 것을 기념하는 의미로 매년 미 전역에서 불꽃놀이가 치러지는 것은 물론이다.
이제 미국인들에게 1776년 7월 4일, 13개 식민지 대표들이 목숨을 내건 비장한 각오로 필라델피아에 모여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포한 그 웅장함은 온데 간 데 없다. 미국인들에게 이 날은 오직 먹고 마시고 즐기는 날로 변모해버렸다. 더욱이 이제는 코로나 펜데믹, 혹은 인플레 공포 때문인지 미 성조기 색깔인 빨간색과 파란색 풍선들을 띄엄띄엄 내거는 정도로 침체된 분위기다.
미 연방준비위원회는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일시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이제 그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다. 수십년만에 발생한 인플레이션 공포가 확산되자 기준금리를 빅스텝이라는 이름으로 한 번에 거의 1%나 인상시켰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 대응이라는 명목으로 그동안 엄청나게 많은 달러를 풀어버려 물가 상승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정부가 무절제한 경제 부양책으로 돈을 마구 풀다보니 개인들의 뭉칫돈이 부동산과 주식 등 각종 재화에 몰리면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되었다, 또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의 코로나 봉쇄로 전세계 물류대란까지 생긴 것도 큰 원인이 아니었을까.
위기감이 현실로 다가오자 연준은 지금 비상사태다. 지난 3월 0.5% 포인트 오른 미국의 금리가 또 빅스텝으로 0.75% 포인트 올라버렸다. 전쟁과 물류대란 속에 미국의 이런 금리 인상이 전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할 수밖에 없다.
우리 모두는 지금 언제 나올지 모르는 어두운 터널 속에 들어간 듯하다. 그럼에도 4,790만명의 미국인들이 이번 독립기념일 연휴에 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최근 발표된 조사에 따르면 올해는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해 연휴보다 40% 이상이나 증가한 보복 성격의 소비와 여행이 이뤄질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독립기념일의 즐거움은 이제 과거의 추억이 돼버릴 것 같다. 이제부터 소수의 부자들을 제외한 대다수 미국인들에게는 미국식 고난의 행군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북한이 90년대 겪은 고난의 행군 시기에 수십만 명이 죽어나갔다고 한다. 한국 통계청에 따르면 당시 북한 인구는 북한이 숨기려고 해도 숨길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지금 고난의 행군 이야기를 꺼내는 건, 이 시간에도 식량난으로 수백만명의 중남미인들이 멕시코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펜데믹 기간동안 밀입국한 불법이민자 수는 수백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과연 미국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영국의 압제로부터 독립하여 세계 최강의 나라가 된 미국. 옛 영광은 돌아오지 않을 신기루가 되어 고난의 행군만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닌지...
독립기념일의 핵심은 전쟁을 의미하는 폭죽이 터지는 화려한 불꽃놀이다. 과연 올해 분위기는 어떨지. 부자가 망해도 3대는 간다고, 최강국인 미국은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시작된 인플레이션의 뼈를 깎는 고통은 독립기념일을 축하하는 폭죽이 아무리 밤새 신명나게 터져도 쉽사리 사라질 것 같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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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