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흑인 여성 낙태 비율 높아… 85%가 미혼여성
▶ 최근 미 전국적으로 수술보다 ‘화학적 낙태’ 증가세
한국에서 여성들이 낙태권 보장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모습. [연합]
연방 대법원의 ‘낙태권 판결’ 폐기 결정 후 미국 사회가 또다시 두 쪽으로 갈라졌다. 미국 전역에서 대법원의 결정에 반대하는 격렬한 찬반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종교계 내부에서도 이번 결정에 대한 찬성의 입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교계 지도자들은 여성 인권이 무시된 결정이라며 반대 입장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낙태권 논쟁이‘뜨거운 감자’ 떠오른 가운데 여론 조사 기관 퓨 리서치 센터가 미국 내 낙태와 관련된 조사 자료를 심층 분석했다.
▲ 연간 낙태 60만~90만 건
낙태 현황과 관련된 조사는 크게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구트마허 연구소 두 개 기관에서 실시한다. 두 기관의 조사 방법과 대상, 수치에 차이가 있지만 결과는 해마다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CDC가 가장 최근 조사를 실시한 해는 2019년으로 이해에 62만 9,898건의 낙태가 실시된 것으로 조사됐다. 2018년에 실시된 61만 9,591건의 낙태보다 조금 증가한 수치다. CDC는 각 주의 자발적 보고 자료를 바탕으로 전국 낙태 건수를 집계하는데 가주, 메릴랜드주, 뉴햄프셔주는 집계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낙태권 옹호 기관인 구트마허 연구소의 최근 조사에서는 2020년 한 해 93만 160건의 낙태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고 역시 전년도(91만 6,460건)보다 조금 늘어난 수치다. 구트마허 연구소는 전국 50개 주의 등록 낙태 시술 기관을 대상으로 직접 연락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실시하기 때문에 해마다 CDC 수치보다 높게 집계된다.
미국 내 낙태 건수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이 있었던 1973년 이후 급격히 치솟았다. 구트마허 연구소의 조사에서 1973년 약 74만 4,000건이었던 낙태는 80년대 초 100만 건을 넘어섰고 1990년에는 약 160만 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CDC의 조사에서도 1973년 약 61만 5,000건이었던 낙태는 1990년 약 140만 건으로 급증하며 구트마허 연구소의 조사와 비슷한 추세로 나타났다. 1990년 초를 기점으로 낙태 건수는 지속적인 감소세로 돌아섰다.
▲ 20대 여성, 흑인 여성 낙태 비율 높아
CDC가 2019년 전국 47개 주를 대상(가주, 메릴랜드주, 뉴햄프셔주 제외)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낙태 여성의 절반이 넘는 약 57%는 20대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30대 낙태 여성은 약 31%로 두 번째로 많았고 낙태 여성 중 13세~19세의 비율도 약 9%였다. 40대 여성의 낙태 비율은 4%로 조사 대상 낙태 여성 중 가장 낮았다. 2019년 낙태 시술을 받은 여성의 대다수(85%)가 미혼 여성이었으며 기혼 여성은 약 15%로 조사됐다.
인종별 조사에서는 흑인 여성의 낙태 비율이 타 인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CDC의 전국 30개 주 대상 조사에서 2019년 낙태 시술을 받은 여성 중 흑인 여성(비 히스패닉계)의 비율은 38%로 가장 높았다. 이어 백인 여성(비 히스패닉계)이 33%를 차지했고 히스패닉계 여성과 기타 인종 여성의 낙태 비율은 각각 21%와 7%로 조사됐다. 2019년 전체 낙태 여성 중 약 58%는 생애 처음으로 낙태를 실시한 경우였고 두 번째 낙태 시술을 받은 여성은 약 24%였다. 세 번째 낙태에 나선 여성은 약 11%였으면 4번째라는 여성도 약 8%에 달했다.
2019년 낙태를 받은 여성의 40%는 직전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이었지만 출산 뒤 낙태에 나선 여성도 상당수였다. 약 25%에 해당하는 낙태 여성은 아이 1명을 출산한 여성이었고 약 20%는 2명의 아이를 출산한 뒤 낙태 시술에 나섰다. 자녀 3명~4명 출산 경험이 있는 낙태 여성도 약 15%로 조사됐다.
▲ 약물 사용 ‘화학적 낙태’ 증가세
구트마허 연구소의 2017년 자료에 의하면 당시 전국적으로 1,587곳에 달하는 낙태 시술 기관이 운영되고 있었다. 이중 낙태 클리닉과 일반 클리닉의 숫자가 808개로 가장 많았고 낙태를 시술하는 종합 병원과 일반 개인 병원은 각각 518개와 261개였다. 전체 낙태 시술 기관 중 클리닉이 차지하는 비율은 51%로 절반을 조금 넘지만 클리닉에서 실시된 낙태 시술 비율은 전체 중 95%로 거의 대부분의 시술이 클리닉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종합 병원과 개인 병원에서 이뤄지는 낙태 비율은 각각 3%와 1%로 소수에 불과했다.
CDC에 따르면 낙태 시술은 크게 수술을 통한 낙태와 약물을 사용하는 화학적 낙태 두 방식으로 구분된다. 2019년의 경우 전체 낙태 시술 중 수술을 통한 낙태가 56%로 화학적 낙태(44%)보다 많았다. 그러나 ‘연방 식품의약국’(FDA)이 임신 중절 약품을 처음으로 승인한 2000년 이후 화학적 낙태가 전국적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구트마허 연구소가 발표 예정인 2000년 조사 자료에 따르면 약물을 사용한 화학적 낙태가 수술을 통한 낙태 건수를 처음으로 추월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낙태 시술로 인한 치사율 낮은 편
대부분 낙태는 임신 첫 3개월 이내에 이뤄지고 있다. CDC에 따르면 2019년 실시된 낙태의 약 93%는 임신 후 13주 이내에 실시됐고 14주~20주 차에 실시된 낙태는 약 6%, 임신 21주 차 이후 낙태를 받은 여성은 약 1%였다. 낙태 시술로 인한 합병증은 미약한 편이고 시술로 인한 사망률도 매우 낮게 보고되고 있다. 국립 생물 정보 센터는 낙태 시술 후 나타날 수 있는 합병증은 발열, 통증, 출혈, 감염, 마취 후 합병증 등이라고 설명한다.
CDC의 조사에 따르면 낙태 시술로 인한 치사율은 매우 낮다. 2013년~2018년 낙태 시술 뒤 사망한 여성은 10만 명당 0.4명이었다. 2017년과 2018년 각각 2명의 여성이 합법적 낙태 시술을 받은 뒤 사망한 사례가 보고됐고 2016년에는 7명의 여성이 낙태 시술 뒤 사망했는데 이 중 1명은 불법 낙태 시술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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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