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을 처음 만든 나라는 중국이다. 로켓의 핵심 부품인 화약이 중국 발명품인 점을 생각하면 놀랄 일도 아니다. 송나라 때 첫 선을 보인 로켓의 유용성을 간파한 몽골은 이를 무기로 활용했으며 이들에 의해 중동과 유럽 전역에 널리 퍼지게 된다. 14세기 중국은 이미 다연발 로켓 발사대와 다단계 로켓을 만들어낼 정도로 고도의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로켓과 약간 다르지만 같은 원리를 이용한 대포도 역시 중국의 발명품이다. 고려말 한반도에 들어온 대포는 훗날 임진왜란 때 이순신이 일본 수군을 궤멸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한산도 대첩, 진주 대첩과 함께 3대 대첩으로 꼽히는 행주 대첩을 가능하게 한 것은 통념과 달리 부녀자들이 행주치마로 돌을 날랐기 때문이 아니라 이장손이 만든 비격진천뢰 같은 신형 대포알탄 덕이었다. 이처럼 동아시아는 로켓과 화약 테크놀로지의 선두주자였으나 17세기 유럽이 과학 혁명을 겪으며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동안 잠을 자는 바람에 그 후 400년 동안 우위를 빼앗긴다.
근대 로켓을 대표하는 것은 1804년 영국의 윌리엄 콘그리브가 만든 ‘콘그리브 로켓’이다. 이것은 나폴레옹과의 전쟁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1812년 벌어진 미국과 영국과의 전쟁에서도 한 몫을 했다. 프랜시스 스캇 키가 작곡한 미국 국가에 등장하는 “로켓의 빨간 불빛”(rockets’ red glare)은 맥헨리 요새를 공격하는 영국의 콘그리브 로켓을 보고 지은 것이다.
독일은 제2차 대전 중 로켓 개발에 전력을 기울였고 1943년 베르너 폰 브라운 주도로 V-2 로켓 개발에 성공한다. V-2는 대기권을 뚫고 우주에 진입한 첫번째 로켓이다. 2차 대전에서 이긴 미국과 소련은 모두 독일 로켓 기술자를 자기 나라로 데려오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고 향후 이들 나라 로켓의 발전은 이에 의존한 바 크다.
이들이 로켓 테크놀로지를 중시한 것은 핵무기를 실어 장거리 공격을 가능케 하는 수단이 있느냐 없느냐가 국가의 사활과 직결돼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공위성의 군사적 유용성에 생각이 미쳤고 소련은 1957년 마침내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닉 1호’ 발사에 성공한다.
그 후 40여 국가가 정찰과 기후 및 천체 관측, GPS 용도 등으로 9,000개에 달하는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으며 이 중 5,000개가 아직도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 이 중 미국이 2,900여개로 제일 많고 다음이 중국 499개, 러시아 169개 순이다.
과거 우주 산업이 정부 주도로 이뤄졌다면 이제는 민간 기업들도 뛰어들고 있다. 세계 최고 갑부인 일론 머스크와 제프 베조스 등이 이 분야에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다. 머스크의 스페이스 X는 사상 최대 규모인 스타쉽 로켓을 우선 지구 궤도에 올린 후 화성까지 보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우주인들을 우주 정거장까지 운반하는 스페이스 X 드래곤 캡슐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드래곤은 NASA 용역으로 만들어졌지만 이미 민간인을 상대로 한 우주 관광용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베조스는 우주 관광 회사인 ‘블루 오리진’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NASA가 용역을 준 보잉의 우주 택시 ‘스타라이너’도 지난 달 우주 정거장까지 갔다 뉴멕시코의 화이트 샌드에 무사히 착륙했다.
이들이 우주 산업에 열을 올리는 것은 이것을 향후 경제를 주도할 블루 오션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시티 은행은 2040년까지 로켓 발사 비용이 지금보다 95% 떨어지면서 우주 산업은 연 1조 달러 규모의 비즈니스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모건 스탠리와 뱅크 오브 아메리카 전망치도 비슷하다. 우주 산업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인공위성이다. 시티는 이것이 우주 산업의 70%를 차지할 것이라면서 지금은 주로 TV 방송에 이용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초고속 모바일 서비스부터 사물 인터넷까지 다양한 분야가 이를 활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블루 오션에 한국도 뛰어들었다. 한국은 지난 주 전남 고흥 나로 우주센터에서 누리호 KSLV-II 발사에 성공했다. 이로써 한국은 미국, 러시아, 유럽, 일본, 중국, 인도에 이어 7번째로 1톤 이상 인공위성과 로켓을 자력으로 발사한 나라가 됐다. 누리호는 2010년부터 2조 원을 들여 국내 연구진이 자체 개발한 로켓이다.
첫번째 인공위성이 지구를 돌기 시작한 것이 1957년이니까 뒤늦기는 했지만 65년이란 짧은 세월 안에 6.25의 폐허에서 세계에서 7번째로 인공위성 자체 발사에 성공했다는 것은 한국인의 우수함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한국이 우주 산업 강국으로 우뚝 서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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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