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는 한국 고유의 술로서 한국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민속주이다.
막걸리는 한국의 전통주로 탁주(濁酒), 농주(農酒), 재주(滓酒), 회주(灰酒), 백주(白酒)라고도 한다. 보통 쌀이나 밀에 누룩을 첨가하여 발효시켜 만든다.
막걸리는 곡물로 만들 수 있는 술 중에 가장 원초적인 단계의 술이라 할 수 있다. 막걸리는 다른 술에 비하여 6∼13%로 알코올 도수도 낮은 편이며, 단백질, 유산균 등이 풍부하면서도 열량은 낮은 것이 특징이다.
논밭에서 힘들고 고된 일을 할 때 소는 여물로 허기를 채우고 농부는 탁한 막걸리 한 사발로 허기를 채웠다.
막걸리의 역사는 아주 오래되었다. 막걸리는 삼국사기에 막걸리를 미온주(美溫酒)로 소개한 기록이 있고, 고려 때의 고려도경(高麗圖經)에는 “왕이나 귀족들은 멥쌀로 만든 청주를 마시는 반면 백성들은 맛이 짙고 빛깔이 짙은 술을 마신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에는 지방별·문중별로 다양하게 발전시킨 독특한 막걸리를 빚었다.
막걸리에는 오덕(五德)이 있다. 허기를 다스려 주는 덕, 취기가 심하지 않은 덕, 추위를 덜어주는 덕, 일하기 좋게 기운을 돋궈주는 덕, 의사소통을 원활케 하는 덕이다.
막걸리에는 삼반(三反)도 있다. 근로지향의 반유한적(反有閑的)이며, 서민지향의 반귀족적이고, 평등지향의 반계급적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막걸리는 서민의 술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왔다.
지금 북버지니아 페어팩스에는 문재인 정부에서 초대 총리로 최장수 총리를 지낸 이낙연 전 총리가 머물고 계신다. TV를 통해서 뵙던 분을 직접 만나 대화를 할 수 있는 행운을 잡았다. 함께 이야기 하면서 느낀 점은 순수하고 향토적인 인품에서 따뜻하고 확실한 인생철학이 프랑스 향수처럼 풍겼다. 한마디로, 진짜 멋진 짱이셨다.
막걸리를 애호하는 ‘막걸리 총리’라는 애칭처럼 대화 중 그분의 구수한 음색으로 유머스럽게 말씀하시는 막걸리 3대 예찬론를 들었다.
첫째, 막걸리를 마시면 안주를 덜 먹는다. 그래서 돈이 적게 들고, 체중도 덜 늘어난다.
둘째, 막걸리를 마시면 2차 가자는 말이 덜 나온다. 배가 불러 집에 가서 자고 싶어진다.
셋째, 막걸리를 마시면 술자리에서 덜 싸운다. 온 몸이 나른해져 싸우는 것도 귀찮아진다.
한국술의 아이콘 막걸리를 세계화시키고, 한국의 정체성을 담은 술로 한국의 고유 문화축제를 만들고, 막걸리를 통한 즐기는 K-문화를 만들고자 노력하는 사단법인 ‘한국막걸리협회’로부터 막걸리를 애호하고 예찬한 공로로 감사패까지 받으셨다고 한다.
한국에는 각 지방마다 다양한 종류의 술이 있지만 막걸리는 예로부터 전국 어디서나 같은 방식으로 빚어서 누구나 부담없이 즐기는 서민의 술로 자리매김을 해왔다. 힘들고 가난했던 시절 서민들에게는 허기를 달래주고 가슴의 한도 풀어주는 희로애락의 술이었다.
옛날 어른들에게 막걸리는 취하기 위해 마시는 술이 아니라 즐거운 일, 슬픈 일에 즐거움과 슬픔을 함께 하고 열심히 일한 후에는 피로를 풀기 위해 마시는 술이었다.
막걸리에는 서민들의 애환과 희로애락이 담겨있다 보니 부르는 사람에 따라 이름도 무척 많다. 탁하다고 ‘탁주' 색깔이 희다고 ‘백주', 술이 독하지 않다고 '박주(薄酒)', 나라의 술이라고 ‘국주', 농사일을 할 때 마시니 ‘농주', 마을마다 만들어 마신다고 ‘향주(鄕酒)', 집집마다 담가 먹으니 ‘가주', 인목대비의 엄마가 귀향가서 빚어 팔던 술 이라 '모주(母酒)'라고 하는 등 그 이름은 셀 수 없이 많다.
옛날에는 길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대포집’ 또는 ‘왕대포’라는 간판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아련한 추억으로만 남아 있다. 그 당시에는 막걸리를 ‘대포'라고 했다. 대포란 한문 ‘大匏'로써 ‘커다란 바가지'란 의미다.
대포지교(大匏之交)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큰바가지로 막걸리를 마시며 쌓은 우정이란 뜻이다. 시대는 많이 변했지만 여전히 요즘에도 소주와 함께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술은 역시 막걸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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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모 / 워싱턴산악인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