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자 마크 아브람슨은 ‘민족 거주지’(Ethnic Enclave 또는 Ethnic Town)를 특정 민족의 ①높은 인구 집중도 ②활발한 경제활동 및 ③특징적인 문화적 정체성이 있는 지리적 영역이라고 정의했다. 즉, 어느 지역이 특정 민족의 ‘민족 거주지’로 불리려면 첫째, 일정 지역 안에 특정 민족의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거주하고 있어야 하며 둘째, 그 지역 안에 그 민족 사람들이 운영하는 상점이나 회사들이 밀집해 있어서 활발한 경제활동이 일어나고 있어야한다. 그리고 셋째로, 그들 스스로 그 지역을 자신들의 민족 문화가 보존 및 계승되고 있는 지역이란 인식과 함께 그 지역에 대한 그들의 정체성을 갖고 있어야한다.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한인들의 민족 거주지를 보통 ‘코리아타운’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많은 대도시들에는 공식, 비공식적으로 코리아타운으로 불리는 지역들이 많이 있다. 미국 내에도 크고 작은 도시들에 이렇게 코리아타운으로 불리는 지역들이 많다.
하지만 구글 지도에서 공식적으로 표시되고 있는 미국 내 코리아타운은 3곳이다. 이 3곳은 로스앤젤레스, 뉴욕 맨해튼 그리고 뉴저지 팰리세이드 팍 등이다. 구글 지도는 이들 세 지역 코리아타운에 대한 지리적 경계까지 확정하여 보여주고 있다.
구글 지도 상의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은 북쪽의 3가, 남쪽의 올림픽 블러버드, 동쪽의 버몬트 애비뉴, 서쪽으로 웨스턴 애비뉴로 둘러쳐진 지역이다. 뉴욕 맨해튼 코리아타운은 32 St.를 중심으로 북쪽의 W 33 St., 남쪽의 W 31 St., 동쪽의 5th Ave., 서쪽의 브로드웨이로 감싸진 지역이다. 뉴저지 팰리세이드 팍 코리아타운은 46번 도로와 93번(Grand Ave.) 도로 그리고 Fort Lee Rd.로 둘러싸인 지역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구글 지도에 나타난 코리아타운의 지리적 범위는 한인들이 생각하는 코리아타운보다 훨씬 작다. 또 구글 지도는 뉴욕의 한인들이 코리아타운 하면 보통 떠올리는, 미국 동부지역 최초, 최대의 코리아타운으로 오랫동안 불려온 플러싱 코리아타운도 표시하고 있지 않다. 나아가 최근에 급증한 한인 인구의 유입으로 급격히 팽창한 워싱턴 DC 인근지역, 텍사스 주의 휴스턴, 조지아 주의 애틀랜타, 애리조나 주의 피닉스 등지의 코리아타운들도 아직 구글 지도 상에 표시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구글 지도의 표시가 코리아타운의 여부를 결정짓는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하지만 구글 지도 상에 코리아타운으로 표시된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 주류 사회에서 해당 지역이 공식적으로 코리아타운으로 인식 및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라고 할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동안은 코리아타운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로 한인 식당과 한인 교회를 비롯한 한인사회단체들이 중요한 요소로 간주되었다. 이제 한인 식당과 교회 및 한인 단체들도 상당한 숫자로 증가했고 편리한 교통과 주차시설들을 찾아 멀리 떨어진 교외지역에까지 퍼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그만큼 코리아타운들의 지리적 범위가 확장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더하여 코리아타운의 범위와 경계를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로 한국 음식의 식자재를 구입할 수 있는 한인 식품점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어느 지역에 대형의 한인 식품점이 문을 열면 그 식품점을 중심으로 한인들의 거주지가 새롭게 형성되고 코리아타운이 활성화되어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인 식품점들은 한국문화를 주류사회에 소개하고 한인들의 정체성을 확인해주며 코리아타운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면에서 한인 식품점들은 단순히 이윤추구를 넘어 사명의식을 갖고 보다 더 높은 서비스 정신과 한인 커뮤니티를 위한 다양한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해본다.
<
주동완 코리안리서치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