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산에서 온 여자와 바닷가서 태어난 남자의 안개 낀 듯한 분위기’

2022-06-17 (금) 글 박흥진 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크게 작게

▶ 박흥진의 Hollywood Interview - ‘헤어질 결심’으로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 박찬욱 감독

‘산에서 온 여자와 바닷가서 태어난 남자의 안개 낀 듯한 분위기’

‘헤어질 결심’으로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 박찬욱 감독

올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헤어질 결심’(Decision to Leave)은 산에서 의문의 추락사를 한 남자의 변사사건을 수사하는 형사 해준(박해일)과 사건의 용의자 가 된 사망한 남자의 아내 서래(탕웨이) 간의 미묘한 감정교류를 다룬 로맨틱 스릴러다. 다음은 박찬욱 감독과 박해일 그리고 탕웨이 및 영화의 각본을 쓴 정서경 등이 칸에서 공동으로 가진 기자회견의 내용이다.

‘산에서 온 여자와 바닷가서 태어난 남자의 안개 낀 듯한 분위기’

‘헤어질 결심’의 한 장면



-각본의 내용이 노래를 바탕으로 써졌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나는 그 노래(헤어질 결심이라는 말로 시작되는 노래 ‘오늘은 가지 마’)를 듣지 않았다. 각본을 쓰면서 처음으로 들었다. 박 감독과 나는 음악적 취향이 다르고 나는 과거에 그런 노래들을 들은 적이 없다. 서래는 산에서 온 여자이고 해준은 바닷가에서 태어난 사람이어서 나는 영화에 안개가 낀 듯한 분위기를 갖추게 하려고 시도했다.”(정서경)

-박찬욱 감독과 함께 일한 경험은 어땠는지.

“이 영화는 내가 한국감독과 함께 일한 첫 작품은 아니다. 세트에서 박감독과 함께 일한 것은 정말로 즐거운 일이었다. 그는 언제나 영화의 내용이 누출되지 않도록 보호하면서도 동시에 우리에게 많은 정보를 주었다. 그는 우리에게 가능한 한 모든 정보를 주면서 우리를 편안하게 해주려고 노력했다. 나는 박감독영화의 열렬한 팬이다.”(탕웨이)

-영화에 있는 그림들이 일본의 호쿠사이의 그림을 연상케 하는데.

“영화에서 그림들은 아주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생각했던 그림은 호쿠사이의 것이 아니다. 그의 그림은 하도 유명해 파도치는 그림을 보면 호쿠사이를 말하게 된다. 그러나 영화의 그림은 그의 그림으로부터 영감을 끌어낸 것은 아니다.”(박찬욱)

-영화를 만들면서 겪은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었나.

*“박찬욱 감독과 함께 일한 것이 정말로 좋았다. 내가 해준 역을 수락한 것은 참으로 운 좋은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정말로 최선을 다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장 큰 도전이라면 어떻게 하면 다른 배우들과 함께 박 감독의 우주 안으로 뛰어들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박해일)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나는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가슴이 뛰는 것을 느낀다. 왜냐하면 나는 박 감독의 모든 것을 진실로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는 작품에서 참으로 기발 난 착상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번처럼 비상한 인물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어제 시사회가 끝난 후 나는 그에게 ‘감사합니다. 당신은 내 삶의 한 부분을 완전케 해 주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말이 아마도이번에 내가 그와 함께 일한 것에 대한 느낌을 표현하고 있을 것이다.”(탕웨이)

*“동감이다. 나도 탕웨이를 칭찬하고 싶다. 그와 함께 일한 것은 기쁜 일이었다.”(박찬욱)

-영화를 만들면서 무엇이 가장 어려웠는지.

“곰곰이 생각하면 박 감독 함께 일한 것이 어렵지 않았다. 왜냐하면 모든 어려운 것들도 다 즐거운 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실제적으로 어려웠던 것은 언어였다. 왜냐하면 나는 한국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는 일하면서 무언가 배우는 것을 즐긴다. 언어 장애로 인해 촬영 첫날 우리 셋은 모두 번역기를 준비했다. 그러나 우리는 처음에 잠시 그 것을 쓰다가 후에 더 이상 쓰질 않았다. 더 이상 필요하지가 않았다.”(탕웨이)

-영화에서 서래는 공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한국말을 못해 중국어로 내뱉는데 그 것은 각본에 있는 대로인가.

“모든 것은 각본에 따른 것이다. 감독이 그런 착상을 하고 각본가가 쓴 것이다. 각본을 읽으면서 참으로 흥미 있는 대사라고 느꼈다.”(탕웨이)

-당신의 영화는 일본 영화 ‘아내의 고백’과 비슷한 부분이 있는데 그 것으로부터 영향이라도 받았는지.

“나는 그 영화를 감독한 야스조 마스무라를 아주 좋아하고 그 영화도 사랑하지만 내가 이 영화의 각본을 쓸 때 그 영화를 생각하진 않았다. 어제도 기자들이 이 영화를 히치콕의 ‘현기증’고 닮았다고 말해 나는 속으로 ‘정말로’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나는 그 영화를 전연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기자들에게 ‘왜 현기증을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기자들의 설명을 들으면서 일부 닮은 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와 같이 나는 여러 편의 영화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종국에는 그 같은 영향이 나의 한 부분이 되었고 또 내 영화들을 관통하고 있다. 그러나 진실을 말하고자 하면 나는 이 영화를 만들 때 그 어떤 특별한 다른 영화들을 생각하지 않았다.”(박찬욱)

-영화에 푸른색이 많은 이유가 무엇인가.

“각기 다른 두 세계인 산과 바다가 영화에 현존하고 있다. 두 주인공은 비록 같은 인종이지만 각기 다른 배경을 지녔다. 영화에서 산의 색깔은 때론 바다의 색깔이 된다. 바다가 초록색으로 보이고 산이 푸른색으로 보인다. 날씨에 따른 것이지만 이들 색깔은 자신을 산과 바다에 빌려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색깔의 변화는 영화의 두 주인공을 다소 닮았다. 때론 한 인물을 이렇다하고 생각하면 또 그렇지가 않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해준은 다른 순간에 다른 인물로 변하고 있다. 그의 정체를 헤아릴 수가 없게 된다. 나는 그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려고 했다.”(박찬욱)

-당신은 사랑의 얘기를 독특한 방법으로 하기를 좋아하는데 당신에게 있어 사랑이란 무엇인가.

“내 삶은 내 작품의 부분이 아니다. 일부 감독들은 자신의 삶을 작품에서 얘기하는 줄을 알고 있는데 나는 그 것을 존경한다. 그러나 나는 내 영화를 그런 식으로 만들지 않는다. 이 영화 안에 내 생각이 얼마나 들어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각본가인 정서경과 함께 온갖 정성을 다 들였다. 내게 있어 사랑이란 두 사람간의 관계다. 사람들은 사랑을 통해 자기 정체를 드러내 보여준다. 사랑을 통해서 인간이 인간으로서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이 인간이라는 종의 특징이다.”(박찬욱)

-등반하는 장면을 찍기가 어려웠는지.

“육체적으로 최선을 다 하려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 육체적으로는 그다지 힘에 겹지는 않았다. 그러나 해준의 역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감독이 그를 어떻게 보여주기를 바라는지를 몰랐다. 서래와의 관계에 있어 나의 감정은 투명해야 했는데 그 것이 쉽지가 않았다. 감독이 많이 도와주었다. 그리고 서서히 그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그 점이 가장 힘든 부분이었다.”(박해일)

-지붕 위에서의 액션 장면이 멋있는데 찍기 힘들었는가.

“나는 스턴트나 액션에 그렇게 집착하지 않는다. 단지 장면이 그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액션을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있는데 액션영화에 뛰어난 감독들이 너무 많아 나는 그들과 다른 절차를 사용하려고 한다. 나는 액션이 인물의 감정을 나타내기를 바란다. 그 것이 내게는 정말로 중요하다. ‘올드보이’의 액션도 마찬가지다. 나의 액션 장면들은 보기엔 아름답지 않지만 내용에는 맞는 것들이다. 그 것들은 다른 영화들에서는 볼 수 없는 액션 장면들이어야 한다.”(박찬욱)

-서래는 매우 감정적이요 복잡한 성격의 소유자인데 그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는가.

“서래는 나와 매우 가깝다. 그래서 역을 하면서 즐길 수가 있었다. 나는 서래처럼 미묘한 성격을 좋아하고 따라서 그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가슴으로부터 감정을 이끌어내야 했다.”(탕웨이)

-영화에는 섹스와 과도한 폭력 장면이 많지 않는데.

“다른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었다면 그런 질문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제 세계 여러 나라의 배급사 사람들과 만났을 때도 그 얘기가 있었다. 그들은 이 영화를 ‘박찬욱 영화의 새로운 발전’이라고 홍보하기를 원해 나는 그러면 사람들을 오도할 수가 있으니 섹스와 폭력이 새롭게 발전했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 영화에 섹스와 폭력이 많지 않은 것은 그 것들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이 영화를 처음에 준비할 때 진짜로 성인을 위한 영화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더니 모두들 내게 ‘진짜로 선정적이요 섹시한 영화가 되겠구나’하고 한 마디씩 했다. 성인영화라면 그런 것을 기대하니 참으로 괴이하다. 그래서 난 그와 정반대의 영화를 만들었다.”

<글 박흥진 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