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반목이 첨예화되고 있다. 예상됐던 시나리오다. 한국은 전 정부가 가능한 미중 등거리 외교를 견지하려 했던 반면, 현 정부는 확실히 미국 쪽에 기울었다. 미주 한인은 물론, 한국인들도 높아지는 미중 갈등의 파고를 더 민감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바다는 항공모함과 최신예 이지스 함만이 힘 겨루기를 하는 곳이 아니다. 원양 선단도 마찬가지다. 공격적이고 때로 불법적인 중국의 원양 어업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와의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자칫 무력 충돌을 우려할 정도인 대만 문제 등에 가려 이 이슈가 지금은 수면 아래 있으나 전면에 재부상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원양 어업 선단을 보유하고 있다. 베이징 당국은 중국의 원양 어선을 2,600척 정도라고 밝히고 있으나 이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다. 어로 현장에서 오가는 무선 교신 등을 토대로 하면 중국 영토 밖에서 어로 작업을 하는 중국 어선은 1만7,000여척으로 추산된다. 미국의 원양 어선이 300여척에 불과한 데 비하면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중국 선단이 문제가 되는 대표적인 사례는 생태 환경 등을 무시한 약탈적 어로와 저인망식 싹쓸이 조업을 들 수 있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 당시 연방 의회조사국(CES) 보고서를 통해 중국을 어업 착취국으로 규정했다. 중국은 세계 원양 어업의 4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캐나다의 한 컨설팅 업체는 전 세계 해양에서 벌어지는 불법 조업의 20% 정도는 중국 어선에 의해 저질러 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반도와 연결되는 동중국해, 동남아 6개국과 이해관계가 얽힌 남중국해는 중국 선단의 무분별 어로가 판을 치는 곳이다. 한국은 남북이 모두 불법 어로의 피해자라고 미국 언론은 지적한다. 중국은 이들 지역 등에서 포획한 오징어로 국제 오징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원양 어업에서 잡아들인 오징어의 절반은 아시아 국가는 물론 유럽과 미국에까지 수출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의 원양 선단은 아프리카 연안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위치가 드러날 수 있는 장치를 끈 ‘어둠의 선단’은 중국 깃발을 내린 채 조업을 하고 있다. 서아프리카 가나에서도 저인망 중국 어선들이 물고기 씨를 말리고 있다고 현지 어민들이 나서 하소연한다. 남태평양 사모아 인근에서는 싹쓸이 저인망이 참치 씨를 말리고 있다.
훔볼트 해류가 흘러 대왕 오징어 등 어족 자원이 풍부한 남미 태평양 연안에서의 불법 조업은 국제적인 이슈가 된 지 오래다. 칠레, 페루, 콜롬비아, 에콰도르 등 4개국은 중국 선단의 불법 조업에 공동 대응하고 나섰다.
에콰도르는 환경적으로 보호받고 있는 갈라파고스 제도 인근에서 수 천 마리의 상어를 불법 포획한 혐의로 중국 어선 20척을 나포했다. 상어 지느러미 요리 때문에 세계 곳곳의 상어들이 위기에 처해 있다.
원양 어업을 통해 잡아 들인 해산물의 3분의2는 중국 본토에서 소비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의 경제 사정이 호전되면서 해산물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수산물 가공 등 관련 산업의 고용 등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고 한다. 특히 중국의 원해 조업은 중국과 지구 곳곳을 연결하는 이른바 일대일로 정책의 핵심 중 하나라고 한다. 세계 곳곳에 원해 조업기지를 건설해 중국의 해상 네트웍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인근 국가와의 충돌은 피하기 어렵다.
지난 18세기 신생 독립국인 미국이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북대서양 어업권 등을 확보해 가면서 수십년간 영국 등과 겪었던 갈등이 답습될 것으로 해양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한 19세기 미국이 군사적인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동시에 원양 어업도 함께 팽창된 것처럼 중국 역시 그런 과정을 밟게 되리라는 것이다.
생선을 둘러 싼 냉전은 갈수록 더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