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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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칼럼 - ‘이타주의의 위력’

2022-06-06 (월)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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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세포들은 자기 이웃들이 발송하는 신호에 끊임없이 귀를 기울이고 이들이 제대로 작용할 수 있도록 주의 깊게 살피고 협력한다. 만일 이들이 상호 확인의 화학적 의사소통을 주고받지 못할 때 이들은 자살에 이를 것이다.

일종의 차선책, 세포 사멸을 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간세포가 혈류를 통해 몸의 다른 부분에 도달한다면 주위에서 뭔가 잘못되었다는 신호를 받고 스스로를 파괴한다. 몸은 일종의 공동체와 같고 동료가 위기에 처했을 때 이타주의를 통해 서로를 책임지는 것이다.” (마틴 노왁의 ‘Supercooperators’ 중에서)

사람의 몸은 정교한 협력조직이고 이타주의로 뭉친 생명 공동체다. 손가락하나 발가락 하나도 혼자가 아니다. 작은 지체의 아픔은 곧 전체의 아픔이 된다. 몸 안에 세포들의 초협력 덕분에 건강은 유지된다. 사람의 몸 안에서 이루어지는 협력의 실패가 곧 죽음이라고 볼 수 있다.


한 율법사가 천국과 지옥을 여행하는 환상을 보았다. 안내하는 천사를 따라 먼저 지옥을 보았다. 많은 무리가 식탁에 앉아 음식을 먹고 있었는데 그 광경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었다. 구수한 양고기가 그릇마다 가득 준비되었지만 먹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사람의 팔보다 긴 숟가락을 들고 음식을 뜨려고 했으나 그 음식을 입으로 가져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음 천사가 천국을 보여주었다. 천국 식당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고 모든 사람이 음식을 먹는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천국의 사람들은 모두 건강하고 사랑스러웠다. 율법사는 짐짓 놀랍기도 하고 궁금해서 천사에게 물었다. “지옥과 천국 식당의 차이가 무엇 때문인가요.”

천사는 대답했다. “천국 사람들은 긴 숟가락으로 뜬 음식을 자기 입으로 가져가지 않는다네. 자기 앞에 앉아있는 상대방에게 서로 음식을 먹여주고 있지. 나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는 이타주의가 천국을 만들고 있는 것이라네.”

집단정신치료의 대가 어빈 얄롬(Irvin Yalom)은 말한다. “이타주의 행동을 가진 환자들이 몇 사람만 있어도 집단치료의 과정에서 엄청난 도움이 된다. 그들은 서로에게 격려, 위로, 조언, 통찰, 돌봄을 제공하며 서로 비슷한 문제를 공유하면서 치유와 회복을 경험한다. 치료 과정을 돌이켜 볼 때, 거의 모든 환자들은 다른 환자들에게 자신의 치유의 공을 돌린다.”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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