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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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가 백악관 가도 멈추지 않는 아시안 증오

2022-06-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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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먼 옥스에 거주하는 70대 여성 K씨는 매일아침 빼놓지 않던 산책을 1년 여 전부터 멈췄다. 팬데믹 이후 기승을 부리는 아시안 대상 혐오범죄 때문에 불안감이 심해진 탓이다. “앞에서 걸어오는 사람은 미리 조심할 수 있지만 뒤에서 갑자기 공격해오면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산책을 아예 그만뒀다”고 그는 말했다. 또 다른 한인 노인 L씨는 요즘 마켓에 들어가기가 겁난다고 했다. 지난달 뉴욕주 버팔로의 수퍼마켓에서 흑인들을 겨냥한 총기난사가 일어난 후에는 부쩍 더하다. 한인마켓이나 중국마켓에서도 그런 참사가 벌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최근 ‘아태계 증오를 중단하라’(STOP AAPI Hate)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60대 이상 아시안에 대한 증오사건이 팬데믹 직후부터 작년 말까지 1년9개월 동안 824건이나 일어났다. 그러나 한인을 비롯한 아시안 이민자들은 증오사건 신고율이 상당히 낮고, 특히 영어에 취약한 노인층에서 더 낮기 때문에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이 때문에 집 밖을 나서지 않으려는 노인들이 많다. 팬데믹 발발 초기에 ‘스테이 앳 홈’령으로 오랫동안 자택격리 생활을 했던 노인들은 격리가 풀린 후에도 증오범죄의 타깃이 될까봐 외출을 꺼리고 있다. 오래 지속되는 사회적 고립은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불러오고 치매 발병 가능성도 높아지는 등 노인들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이 우려된다.


엊그제 방탄소년단(BTS)이 아시안 혐오반대 목소리를 내기 위해 백악관을 방문했다는 소식이 떠들썩하게 보도됐다. 백악관 브리핑 룸에서 한사람씩 발언을 했고,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 및 차별 근절에 대해 논의했다고 한다. 그런데 논의내용은 둘째 치고 이 인기그룹을 보러 백악관 앞에 팬들이 진을 치고, 브리핑 룸에 평소보다 두배나 많은 기자들이 몰려들어 사진 찍느라 난리도 아니었다는 소식이 더 크게 다뤄졌으니, 행사의 본의가 가려진 듯한 느낌이 강하다.

BTS의 방문은 상징적일 뿐 그로 인해 달라지는 것은 거의 없을 것이다. 숱한 흑인 스타들이 백악관을 방문했고 흑인 대통령이 8년간 백악관 주인이 되었어도 흑인차별이 사라지지 않았듯이 말이다. 아시안 혐오를 이기는 방법은 미국사회에서 아시안 커뮤니티가 힘을 기르는 수밖에 없다. 이번 예비선거부터 반드시 투표해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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