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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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이 두렵습니까?

2022-06-03 (금) 이영묵 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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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미확인비행체(UFO)가 진짜 무엇이냐, 우주선이냐 착시현상이냐 운운하며 400여개의 케이스를 분석하며 토론을 벌이고 미 의회에서까지 떠들썩하게 만들더니 그런 것은 실체로 존재하지 않는다며 끝을 낸 적이 있다. 그래도 아직도 우주선이 있고 외계인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 꽤나 많은 듯하다. 확률과 통계의 과학을 믿는 나는 외계인이 있다고 믿는다. 그렇지만 외계인이 우주선을 타고 이 지구에 왔다는 이야기는 믿지 않는다.

우리가 사는 이 지구가 속해있는 은하계에는 1,700억 개의 태양 같은 별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은하계 같은 천체가 몇 천억이 있다니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는 숫자이다. 그러자니 이 우주에는 지구와 같은 조건의 행성은 아마도 수만개 아니 수십, 수백만 개가 틀림없이 있을 터이니 생명체가 당연히 있을 터이고 우리 인간과 닮은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소위 우주인은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런데 어느 행성에 존재하는 우주인이 세상에서 제일 빠르다는 빛의 속도로 우주선을 타고 이 지구로 온다고 해도 수 만년이상 걸리는 거리에 있으니 존재조차 찾기 어려운 우리가 사는 지구를 구태여 찾아왔으리라고는 믿을 수가 없다.


그래도 우리들은 외계인이 등장하는 영화를 꽤나 많이 만들어왔다. 그 소재는 불시착 같은 것이 가끔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 지구의 자원을 빼앗기 위해서라든지 아니면 인간을 노예로 삼으려고 한다는 등의 이유로 온다는 가상이다. 그러나 상상을 초월하는 아주 먼 곳에서 온 실력이라면 지구의 자원을 필요로 할 이유도 없겠고 구태여 지구 인간을 노예로 삼을 것이 아니라 늙지도 않고 성능이 훨씬 좋은 로봇을 만들면 될 터이니 영화 속에 나오는 가정도 엉터리임이 틀림없으리라 단언한다. 조금만 생각하면 이 외계인 영화 같은 것은 황당무계한 것임을 영화 제작자도, 또 관객도 알고 있지만 왜 이런 영화를 만들고 보고 있을까 생각해본다.

아무래도 우리의 잠재의식에는 지구에서 약탈과 노예사냥이라는 설정의 영화가 엉터리임을 알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그 무엇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아마도 인간 내심에 잠재하여있던 공포와 죄의식의 뿌리가 설명하고 있지 않나 싶다. 그 공포와 죄의식에 대해서 서구인들은 역사상 무서운 경험이 있다. 공포는 무자비한 살육의 징기스칸의 침략 그리고 무서운 흑사병이다. 그리고 죄의식은 남미에서 원주민 약탈과 대학살 그리고 그들이 퍼트린 세균으로 잉카족을 거의 말살한 역사, 북미에서 인디안 학살,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흑인 노예를 쇠사슬에 묶어서 끌고 온 일들일 것이다. 그 잔혹과 공포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잠재되어있는 공포와 죄의식에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하고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근간에 뉴욕의 한 수퍼마켓에서 무차별 총을 쏴서 10여명을 죽이고 텍사스 한 작은 마을에서는 교사와 어린 학생 21명을 죽이는 사건 등 총기 살인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나는 두렵다. 중세 사람들은 마녀사냥으로 죄 없는 여인들을 화형 같은 방법으로 죽이면서 그들의 공포와 불안에서 벗어나려고 했었다. 그런가 하면 오늘의 사람들은 그 공포와 불안을 마구 총을 쏴대며 사람을 죽이는 것으로 출구를 찾는 것이 아닌가 하여 두렵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이다. 우리 모두가 이 두려움과 불안에서 탈출해야한다. 그러나 그 방법이 무엇일까 해답을 못 내고 있는 현실이 답답하고 답답하다.

<이영묵 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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