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곰의 포효가 무섭다. 지난 주 S&P 500 지수는 ‘베어 마켓’ 진입을 알리는 1월 최고치에서 20%까지 하락했다 살짝 상승하는 것으로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이미 ‘베어 마켓’에 진입한지 오래고 S&P 500지수와 함께 7주 연속 하락을 기록했는데 이는 2001년 닷컴 버블 붕괴 후 처음이다. 다우존스 산업지수도 1932년 대공황 이후 처음 8주 연속 하락했다. 모두 이번 주가 하락이 심상치 않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주가 하락의 원인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40년래 최악의 인플레를 잡기 위해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FRB)가 계속 금리를 올리고 있는데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코로나 봉쇄 등으로 물류 대란과 공급망 차질 같은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팬데믹 락다운의 수혜주였던 아마존, 넷플릭스, 페이스북 같은 기술주 뿐만 아니라 월마트, 타겟 같은 소매업종 주도 40년래 최악의 폭락 사태를 맞고 있다. 현재 아마존은 30%, 테슬라는 40%, 페이스북은 50%, 넷플릭스는 70% 이상 하락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FRB가 금리를 올려 인플레를 잡으면서 불황을 피해갈 수 있을 지에 대해 점차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향후 2년간 불황이 올 가능성을 35%로 보고 있는데 통상 불황이 오면 주식은 평균 30% 정도 하락했다.
주식이 이처럼 장기간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것은 애초 역사적 평균보다 과대평가돼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년간 수익에 대한 주가 비율(PER) 평균은 15 정도였는데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9월에는 24까지 올라갔다. 연방 정부와 FRB가 코로나로 입은 경제적 타격을 완화하기 위해 쏟아부은 돈이 주식과 부동산으로 몰려들었고 그 결과 둘 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다 금리가 오르고 풀린 자금이 회수되면서 거품이 걷히고 있는 것이다.
지난 수개월 간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미 주식은 아직도 비싸다. 향후 12개월간 수익을 기준으로 한 S&P 500의 현재 PER은 17 정도인데 이는 역사적 평균보다 높다. 그리고 주식은 일단 하락하기 시작하면 평균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평균 이상일 때가 있으면 이하일 때도 있어야 평균은 유지되는 것이다. 금융 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이 수치는 8대로 내려갔다.
아직도 주식이 비싸고 FRB가 연말까지 연방 금리를 계속 올릴 것이 확실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높다고 봐야 한다. 일반 투자가들이 아직 자산의 상당 부분을 주식에 넣어두고 있는 것도 바닥이 멀었다는 증거다. BOA 자료에 따르면 현재 개인 투자가들은 평균적으로 자금의 63%를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는 2008년 금융 위기 때 39%에 비해 훨씬 높다. 아직도 다수 주식 투자가들이 사태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마지막 낙관주의자가 죽을 때까지 ‘베어 마켓’은 끝나지 않는다”는 격언처럼 이런 기대가 사라지기전까지 하락 장세는 보통 이어진다.
장기적으로 주식은 오르지만 일반 투자가들이 주식으로 돈을 벌기는 어렵다. 그 이유는 주식이 꼭지에 근접했을 때는 장미빛 전망이 쏟아지고 개미들이 몰려들면서 주식은 오르고 오르는 주식은 개미를 다시 유인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살 사람이 모두 주식을 산 후에는 내려가는 수밖에는 없다. 일단 하락 장세로 돌아서면 그 동안 가려 있던 나쁜 뉴스가 나오기 시작하고 이는 비관론을 부추기며 개미들은 팔기 시작한다. 이렇게 팔 사람이 다 판 다음에서야 주식은 반등할 힘을 얻게 된다.
작년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동학 개미’ ‘서학 개미’ 하며 초보 투자가들이 주식 시장과 가상 화폐 같은 내재적 가치가 제로인 투자 수단에 몰릴 때부터 경고음은 울리고 있었다. 지금 비트코인은 최고치에서 50%, 루나 같은 것은 99% 하락한 상태다.
일반 투자가가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경제의 동향과 기업의 재무제표를 분석해 주식을 고를 생각을 아예 버리고, 언제 주식이 오를 지 내릴지도 따지지 말고, 모든 주식을 같이 사는 인덱스 펀드에 매달 일정한 액수를 정기적으로 투자하는 것(dollar cost averaging)이다.
보통 사람은 복잡한 경제 정보를 분석할 능력도, ‘불 마켓’의 유혹과 ‘베어 마켓’의 공포를 견딜 능력도 없다. 월가에 “황소도 돈을 벌고 곰도 돈을 벌지만 돼지는 도살당한다”는 격언이 있다. 욕망과 공포에 휘둘리는 돼지의 삶은 행복하게 끝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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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