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4.29 폭동의 비극, 미래를 위한 원동력으로

2022-04-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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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폭동이 발발한지 오는 29일로 꼭 30년이 된다. 1992년 4월29일 미주 한인사회는 이민자들이 피땀 흘려 형성해놓은 LA 한인타운이 폭도들의 방화와 약탈로 폐허가 되는 처참한 모습을 목도해야했다.

당시 LA 폭동은 장기간의 불황 속에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되고 공권력 남용에 노출된 LA 흑인 계층의 억눌린 불만이 터져 나온 미국사회의 모순과 치부가 드러난 사건이었다. 로드니 킹을 구타한 백인 경관들의 무죄 평결이 도화선이 돼 폭발한 흑인들의 분노는 그 불똥이 ‘한흑 갈등’으로 왜곡돼 튀면서 LA 한인사회는 폭동의 최대 피해자가 됐다.

그 이후로 30년 간 ‘4.29’는 미주한인 이민사에서 최대의 시련이자 변혁의 계기를 마련한 ‘대전환’의 키워드가 됐다. 폭동의 참화 속에서 한인사회는 분명 ‘편견’의 희생자였지만, 한편으로 4.29는 한인들에게 이민사회의 현주소를 성찰하고 미국이라는 다인종, 다민족 사회 속에서 ‘공존’의 지혜가 필요함을 일깨워준 대사건이기도 했다.


한인사회가 폭동으로 입은 상처와 그 상흔은 너무나도 컸지만, 그 교훈은 한인사회의 새로운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 4.29는 또 한인 1.5세와 2, 3세 젊은 차세대들이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자각하고 부모세대를 이해하면서 한인 커뮤니티로 돌아오게 만든 계기가 되기도 했다.

본보는 4.29 30주년을 앞두고 지난 20일 개최한 ‘LA 폭동 30주년 세미나’를 통해 LA 폭동의 교훈을 잊지 않고 기억하면서 한인사회 미래와 나아갈 방향을 위한 중지를 모으는 뜻 깊은 자리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30년 전 4.29 폭동의 비극을 이제 한인사회 발전을 위한 원동력으로 승화시켜 미국사회에서 화합과 공존을 통해 한인사회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나갈 것을 다짐했다.

미주 한인이민 120년사에서 가장 암울하고 참혹했던 1992년 4.29 폭동을 우리는 영원히 기억해야한다. 그 기억을 토대로 한인 이민자들이 단지 ‘코리안’이 아닌 ‘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 미국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고 정치력을 높여가면서, 과거의 상처를 딛고 일어서 또 다른 이민사 100년의 미래 비전을 세워야한다는 메시지는 4.29 30주년을 맞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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