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79) 대통령이 또 다시 ‘치매설’에 휩싸였다. 미국 역사상 최고령에 백악관 주인이 된 바이든은 2020년 대선 당시부터 꾸준하게 ‘치매설’에 시달려 왔다. 80 다 된 나이에 이따금 깜빡 깜빡 하는 건 흔히 있는 일. 하지만 자리가 자리이니 만큼 공화당은 작은 꼬투리만 보여도 침소봉대하고, 민주당은 애써 별일 아닌 듯 감싸는 데 급급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지난 주 노스캐롤라이나의 한 대학에서 생긴 일. 경제정책 관련 연설을 40분 동안 잘 마친 바이든이 오른쪽으로 몸을 돌리더니 손을 내밀었다. 누군가에게 악수를 청하는 자세였다. 하지만 당시 단상에는 바이든 혼자 있었다. 순간 바이든은 어리둥절해하며 2~3초 두리번거리더니 손을 거두고 퇴장했다. 그 장면이 전 세계 뉴스미디어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파만파 퍼져나간 것은 물론이다.
바이든은 과거부터 말실수가 잦기로 유명했다. 이 말 하려는 데 저 말이 튀어나오고 할 말이 입안에서만 맴돌아 머뭇거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대통령이 된 후 가족 소개 중 조카를 소개하면서 죽은 아들 이름을 말하기도 했고, 취임 직후 기자회견 중에는 한참 말을 하다가 중간에 ‘어디까지 말했지?’하며 난감해하기도 했다. 지난 연말 국제회의 도중에는 잠든 듯한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구설에 올랐다.
이런 모습들을 보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만있을 리 없었다. 대선 기간 트럼프는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도 모른다”고 바이든을 조롱했다. 미국 최고의 의료진이 대통령의 건강을 면밀히 체크하고 있으니 그의 인지 능력에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한편 고령자가 말실수나 어눌함 등 대화에 문제가 생기면 치매를 의심해봐야 하는 게 사실이다. 일상적 대화 중 다음과 같은 상황들이 발생하면 필히 의사를 만나 치매검사를 받으라고 전문가들을 권한다.
첫째, 대화를 따라가기 어렵다. ‘치매’ 하면 보통 기억력 문제를 떠올리지만 실제는 그보다 훨씬 복합적이다. 주변이 시끄럽거나 복잡하면 상대방의 말을 잘 따라가지 못하게 된다. 소위 ‘칵테일파티 문제’다.
둘째, 말하다 중간에 잊어버린다. 대화 중 어느 순간 아무 생각이 나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정상적 노화현상인지 다른 뭔가가 있는지 반드시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셋째, 자신이 한 말을 기억하지 못한다. 말을 해놓고 까맣게 잊어버리는 건 흔한 일이지만 힌트를 주면 바로 생각나는 게 정상이다. 옆에서 힌트를 줘도 머리가 백지처럼 하얗다면 치매를 의심해 봐야 한다.
넷째, 자꾸 잠이 온다. 대화 중 피곤하고 잠이 오면 알츠하이머 증상일 수 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치매는 뇌의 수면 관장 부위에 영향을 미친다. 알츠하이머 환자들이 하루 종일 잠만 자는 건 밤에 잠을 못 자서가 아니라 깨어있게 하는 뇌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다섯째, 상대방의 말이 잘 들리지 않는다. 청력과 치매가 연관되어 있다는 증거들이 있다. 귀가 어두우면 대화를 피하게 되고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지기 쉽다. 정신이 맑을 때 바로 보청기를 사용하라고 전문가들은 추천한다.
미국의 65세 이상 연령층 중 치매의 가장 보편적 형태인 알츠하이머 환자는 600만명에 달한다. 2060년이면 1,400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추산이다. 장수의 대가가 치매 위험이다. 노년기 삶의 질을 위해서는 심신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스스로 꼼꼼하게 챙기는 게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