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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목적 위해 개인적인 것을 포기하고 진정한 평화를 원해”

2022-04-15 (금) 글 박흥진 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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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Hollywood Interview - ‘마그레테:퀸 오브 더 노스’의 주인공 트리네 디르홀름

“큰 목적 위해 개인적인 것을 포기하고 진정한 평화를 원해”
15세기 초 덴마크와 스웨덴 그리고 노르웨이 간의 평화협정을 통해 칼마 유니언을 구성한 뒤 양자인 왕 에릭을 섭정하며 이 세 나라를 통치한 덴마크 여왕 마그레테의 파란만장한 삶과 궁중 음모를 그린 역사극 ‘마그레테:퀸 오브 더 노스’(Margrete:Queen of the North)에서 마그레테 역을 한 트리네 디르홀름(50)을 영상 인터뷰 했다. 디르홀름은 배우요 가수이자 작곡가로 덴마크의 슈퍼스타인데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탄‘인 어 베터 월드’(2010)에도 나왔다. 코펜하겐의 자택에서 인터뷰에 응한 디르홀름은 여왕처럼 우아하고 품위 있는 모습으로 큰 미소를 지어가며 활기차게 질문에 대답했다.

“큰 목적 위해 개인적인 것을 포기하고 진정한 평화를 원해”

역사극‘마그레테:퀸 오브 더 노스’의 한 장면.



-영화에 나오기 전 마그레테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었는가.


“마그레테가 칼마 유니언을 구성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외에 그의 삶에 대해선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마그레테 역을 맡기로 한 후 이 대단한 인물에 관해 많은 것을 배웠다.”

-당신은 배우일 뿐 아니라 음악가이기도 한데 연기할 때 음악성이 어떤 영향이라도 미치는지.

“연기란 육체를 움직이는 것으로 그러기 위해서는 배우는 연기할 때 항상 리듬을 갖춰야 한다. 그런 점이 음악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의상과 헤어스타일이 참으로 볼만한데 그런 의상과 헤어스타일이 당신의 연기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매우 큰 영향을 주었다. 화려한 의상은 덴마크의 의상 디자이너 마논 라스무센의 작품으로 난 그를 이 영화 이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 팔소매가 길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없는 의상을 입고 걷느라고 힘든 연습을 여러 차례 해야 했다. 단순히 의상에 적응할 뿐만이 아니라 그 의상 속에서 여왕의 진실과 인간성을 찾아내야 했기 때문이다. 헤어스타일은 스웨덴의(영화는 덴마크와 스웨덴 합작품이다)분장사요 미용사인 안나 카린 록이 해줬는데 밤새 머리단장을 해야 했다. 의상과 분장 그리고 헤어스타일은 일종의 가면과 같은 것으로 역을 창조해내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여자 통치자가 세 나라를 연합해 통치했다는 것은 대단한 업적인데 덴마크가 아직도 나머지 두 나라와 특별한 연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나는 우리나라가 북유럽의 그 두 나라와 특별한 연결을 짓고 있다고 생각한다. 칼마 유니언이 결성되기 전만해도 세 나라는 끊임없이 싸웠는데 유니언이 결성 된 후 126여년을 평화롭게 보냈다. 그리고 유니언이 깨어지면서 다시 전쟁이 시작됐다. 나는 우리나라가 마그레테 여왕의 업적이 남긴 영향으로부터 여전히 많은 것을 얻고 있다고 생각한다.”


-당신과 함께 감독인 샬롯 쉴링도 여자인 대하 역사극인 이 영화는 덴마크 영화사상 보기 드문 작품으로 얘기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이런 의상 극은 제작비가 엄청나 덴마크에선 잘 만들지를 못했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덴마크 영화계에서는 여성이 주인공인 특히 역사극의 주인공인 작품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샬롯은 대단히 재주가 뛰어난 감독으로 이 영화는 대하 극이면서도 아울러 성격과 인물 탐구영화다. 영화는 규모가 큰 북유럽 냄새가 물씬 풍기는데 감독을 비롯해 북유럽의 제작과 촬영 진이 정성을 다해 만든 역작이다.”

-군주제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으며 군주제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다방면으로 연구를 많이 했다. 그 중에서도 유능한 여성 역사학자가 쓴 책을 깊이 공부했는데 그 사람은 영화 제작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여왕 이름도 마그레테인데 여왕은 1972년 즉위 할 때 자기 이름을 마그레테 2세라고 했다. 과거의 마그레테를 기리자는 뜻이다. 영화 시사회 때 여왕도 참석했는데 영화가 시작된 지 10분쯤 지나 화면 속의 내가 역을 맡은 여왕이 일어서자 관객들도 다 기립했다. 아주 특별하고 마법적인 순간이었다. 군주제에 대해 얘기하자면 과거 마그레테는 정치적 실권이 있었지만 현 군주들에게는 그런 실권이 없다. 그냥 상징적으로 자기 나라를 대표할 뿐이다. 우리 나라의 마그레테 2세는 매우 훌륭한 여왕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위기 때도 여왕이 직접 국민과 대화를 나눴는데 우리나라의 왕이 국민에게 얘기를 한 것은 1940년대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마그레테는 여왕이자 어머니이기도 한데 두 인물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수 있었는지.

“그러기엔 감독의 협조가 큰 도움이 됐다. 난 매우 감정적인 배우여서 많은 것을 표현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샬롯은 감정 표현을 절제하는데 아주 능한 사람이다. 여왕인 마그레테는 내면의 감정을 표현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다. 적이 어디 숨어 있는지 모른 상황에서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상반된 인물인 여왕과 어머니 역을 하는 것은 매우 도전적인 것이긴 했지만 흥미 있었다. 샬롯의 도움이 매우 컸다.”

-우리는 마그레테로 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보다 좋은 사람들이 되어 공존한다는 것이다. 그는 진정으로 평화를 원한 사람이다. 그는 또 매우 어렵기는 했지만 보다 큰 목적을 위해 개인적인 것을 포기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전쟁을 하지 않고 평화를 유지하려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은 사람이다. 우리 모두에겐 많은 역사적 인물들이 있지만 역사적인 여자들이 차지하는 공간은 아주 적다. 동상도 별로 없고 책으로 써진 것도 많지 않다. 남녀 불문하고 다양하게 역사적 인물들을 다룰수록 세상도 보다 좋아질 것이요 또 모두 평화를 함께 누리며 살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마그레테는 시대를 앞선 사람인데 그를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는가.

“내게 있어 페미니즘은 모든 면에서 동등함을 뜻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페미니스트다. 마그레테는 평화에 대한 비전을 지닌 현명한 정치인으로 자기와 다른 사람들과 많은 것을 타협한 사람이다. 그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현명하고 총명한 사람으로 사람들과 타협과 협상을 잘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종 종 권력은 나쁜 것과도 공존해 마그레테도 차혹한 일을 저지르기도 했지만 그의 비전만은 매우 기릴만한 것이다. 나는 그런 점을 마그레테로부터 배웠다. 나는 막강한 권력을 쥔 그로부터 인간의 본성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한 역을 연기한 뒤 그 인물로부터 어떻게 벗어나는가.

“나는 매우 강렬하게 일을 하는 사람이다. 내게 있어 연기한다는 것은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서 서로 협조하고 또 서로에게 영감을 불러 일으켜 준다는 것을 뜻한다. 어떤 역을 맡아 오래 동안 그와 함께 살다 시피하면 그 인물로부터 벗어나는데 다소 시간이 걸린다. 큰 역을 맡아 몇 달씩 연기를 한다는 것은 심신이 지치게 되는 일이다. 그러나 때로는 촬영이 끝나고 나면 그 역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맡았던 인물이 살아나 날 찾아오는 느낌을 가질 때도 있는데 편집을 마치고 스크린에 비친 나의 극중 인물을 만날 때면 또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좌우간 나는 마그레테를 연기한 것을 하나의 큰 특권으로 생각한다.”

-다음 출연 영화 ‘편도와 해마’(The Almond and the Seahorse)는 어떤 영화인가.

“영국의 독립영화로 뇌손상의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얘기를 다룬 연극이 원작이다. 국제적 배우들인 레벨 윌슨과 샬롯 갱스부르 등과 함께 나온다. 내게는 큰 도전이며 또한 기대도 큰 작품이다.”

<글 박흥진 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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