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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사태 최종 승자는?

2022-04-1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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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러시아군은 얼마나 많은 사상자를 냈을까. 정확한 숫자는 알기 어렵다. 우크라이나 측은 과장하는 경향이다. 반대로 러시아 측은 축소해 발표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21일이니까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침공한지 4주 가까이 된 시점에 러시아의 관영매체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는 러시아군 전사자를 9,861명, 전상자를 1만6,153명으로 보도했다. 그리고 바로 삭제했다. 오보라는 황급한 변명과 함께.

나토(NATO)는 우크라이나 침공 4주 현재 러시아군의 전사자는 최저 7,000에서 1만5,00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전상자 수는 전사자 수의 3배에 이르는 것이 상식으로 최소 2만1,000명에서 4만5,000명에 이른다는 추산도 내놓았다.


이 수치들은 무엇을 말해주나. 우크라이나 침공 러시아군은 모두 19만으로 집계된다. 이 중 돈바스지역을 제외한 지상전에 투입된 병력은 14만 정도로 추정된다.

따라서 전투개시 4주 만에 러시아군은 최소 25% 이상의 병력손실을 입었다는 것이다. 과거 소련시대 러시아는 아프가니스탄 침공 10년 동안 1만4,400명의 전사자를 냈다. 그런데 불과 4주 만에 이 같은 손실을 기록, 러시아군은 궤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은 것이다.

관련해 쏠리는 관심은 이 우크라이나 위기의 최종 승자는 누가 될까 하는 것이다.

러시아는 아니다. 우크라이나도 피해자다. 중국도 아니다. 그러면 누구일까. 궁극적으로 미국이 승자가 될 것이라는 것이 파이낸셜타임스의 전망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유럽은 미국에 바짝 밀착했다. 과거와 같이 공짜안보에 무임승차하려는 것이 아니고 대대적 방위비 증액과 함께 강력한 동맹으로 돌아선 것.

‘유럽은 마침내 중국도 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유럽에서 ‘중국 발(發) 안보 위기론’이 급부상하면서 나오고 있는 말이다.

중국은 러시아가 유럽에 가하는 안보위협을 뻔히 알고 있다. 그런데도 시진핑은 대놓고 푸틴을 포용하는 것도 모자라 지원까지 하고 있다. 이를 유럽 지도자들은 사실상의 적대행위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지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호주는 말할 것도 없다. 일본도 예상과 달리 아주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다른 말로 하면 워싱턴을 돕고 있다.

미국의 아시아동맹 중 가장 약한 고리로 취급받던 한국에서도 큰 변화가 발생했다. 윤석열 대통령당선인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만나기로 한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 두 권위주의 독재국가의 전례 없는 유착이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비쳐지면서 미국의 두 주요 아시아 동맹국, 한국과 일본의 관계 개선이 급속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파이낸셜타임스의 진단이다.

말하자면 푸틴의 불장난은 일찍이 키신저도 꿈도 꾸지 못할 외교, 안보적 노다지를 미국에 안겨주고 있다는 거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주 에너지 수입원을 대체, 터미널완공과 함께 오는2026년부터 미국 산 액화천연가스(LNG)가 독일에 본격 수출된다.

이뿐이 아니다. 유럽과 아시아국들의 재무장을 지원, 미국은 ‘민주주의 병기창’역할을 맡게 된다. 이와 함께 유럽방위의 부담을 덜게 되는 미국은 중국견제에만 힘을 집중할 수 있게 된다는 거다.

‘푸틴의 불장난이 가져온 최대 선물은 이른바 권위주의 세력의 축이 지배하는 세계는 어떤 형태가 될 것인지를 사전에 맛을 보게 해준 것이다.’ 계속되는 파이낸셜타임스의 지적이다.

강대 독재세력들이 멋대로 약소국을 침공하고 약탈하는 그런 세계가 러시아와 중국이 원하는 세상이라는 것을 우크라이나 침공사태는 극명히 알려주고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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