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를 마치고 팬들에게 인사하는 타이거 우즈. [로이터=사진제공]
타이거 우즈(미국)의 필드 복귀전은 '절반의 성공'으로 마무리됐다.
우즈는 10일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골프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6오버파 78타를 쳤다.
전날 적어냈던 마스터스 개인 최악의 타수 78타를 한 번 더 쳤다.
최종 라운드에서 늘 입는 빨간 셔츠에 검정 바지의 마법은 통하지 않았다.
버디는 1개, 보기 5개에 더블보기 1개를 적어냈다.
2번 홀(파5)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 근처에 보낸 뒤 가볍게 버디를 뽑아냈지만, 거기까지였다.
4∼6번 홀 연속 보기로 뒷걸음친 우즈는 11번(파4), 14번 홀(파4)에서 1타씩 더 잃었다. 그린을 놓친 뒤 파퍼트를 넣지 못하는 패턴이 계속됐다.
17번 홀(파4)에서는 치명상을 입었다.
티샷 실수로 세 번 만에 그린에 올라온 그는 10m 거리에서 3퍼트를 했다.
그는 첫날만 1언더파를 쳤을 뿐 2라운드부터 사흘 연속 타수를 잃었다. 특히 3, 4라운드에서는 자신의 마스터스 최악의 스코어 78타를 제출했다.
최종 성적은 13오버파 301타로 컷을 통과한 52명 가운데 47위.
"우승이 가능하다고 생각해 출전했다"던 장담과 달리 하위권에 그쳤다.
복귀 무대는 초라하게 막을 내린 셈이다.
그러나 우즈의 복귀전을 아무도 '실패'로 보지 않는다.
그는 14개월 전에 자동차 사고로 두 다리를 심하게 다쳤다. 다시 걷는 것조차 장담할 수 없었던 그는 불굴의 의지로 다시 필드로 돌아왔다.
난도 높은 코스 세팅과 중압감이 갑절인 메이저대회에서 그는 컷을 거뜬히 통과했다.
미국 언론은 이를 '작은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큰 사고를 당한 47세의 노장이라곤 믿어지지 않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30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를 날렸다. 아이언샷이 다소 무디긴 했어도 쇼트게임 솜씨는 크게 녹슬지 않았다.
가장 큰 과제로 내세웠던 '72홀 도보 플레이'에 성공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심한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그는 조금씩 절뚝거리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완주했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확인한 복귀전이었다.
우선 경기력 측면에서 그린 플레이가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 그는 3, 4라운드에서 3퍼트를 6번이나 했다.
라운드 당 평균 퍼트 개수가 31.25개에 이르렀고, 그린 적중 때 홀당 퍼트 개수는 1.9개까지 치솟았다.
우즈는 "퍼트 감각을 전혀 찾질 못했다"고 말했다. 16개월 실전 공백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주말 골프 수준의 라운드조차 넉 달 전부터 시작한 그는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경쟁하는 투어의 그린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몸 상태도 아직 회복이 멀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나흘 동안 걷기는 했지만, 춥고 바람이 강한 날씨 속에서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린 라인을 살필 때 우즈는 쪼그려 앉지 못했다. 무릎을 온전히 굽히지 못해 반쯤 선 채로 그린을 살폈다. 퍼트가 안 된 이유 가운데 하나로 추정된다.
이제 복귀전을 치른 우즈는 곧 두 번째 도전에 나설 예정이다. '풀타임'은 어렵다고 밝힌 바 있어 주로 메이저대회에만 나갈 것으로 보인다.
우즈는 일단 7월 디오픈에 출전할 예정이다.
올해 디오픈은 우즈가 두 번 우승한 골프의 발상지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열린다.
다음 달 열리는 PGA챔피언십과 6월 US오픈은 상황을 봐가며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