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청춘에는 ‘빅뱅’이 있었다

2022-04-06 (수) 석인희 사회부
크게 작게
그룹 빅뱅이 귀환했다. 한국 시간으로 5일 자정, 빅뱅은 음원사이트를 통해 디지털 싱글 ‘봄여름가을겨울’을 발매했다. 빅뱅의 신곡 발표는 2018년 ‘꽃 길’ 이후 4년만인데, 신곡은 발표하자마자 단숨에 국내 음원 차트 1위를 휩쓸었고, 뮤직비디오 동영상은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유튜브 조회수 1,600만 뷰를 훌쩍 넘겼다.

‘울었던 웃었던 소년과 소녀가 그리워 나 / 찬란했던 사랑했던 그 시절만 자꾸 기억나’

이번 신곡은 과거 강렬한 힙합 리듬을 선보였던 기존 빅뱅의 노래들과 달리 따뜻한 밴드 사운드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인생을 반추하는 가사에 귀기울여 보면 왠지 모르는 서글픔이 몰려온다. 울고 웃었던 젊은 날, 찬란했던 과거의 한 시절. 누구에게나 생에서 빛나던 청춘의 시기는 있었기에 청춘은 언제나 그리움의 대상이 되곤 한다. 계절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반복되고 세상은 순환하지만 그 속에서 정신차려보면 어느덧 우리의 청춘은 속절없이 저만치 멀어져 있다.


빅뱅 멤버들의 청춘은 그 누구보다도 반짝였지만, 그에 따른 그림자도 짙었다. 빅뱅은 지난 몇년간 불미스러운 각종 사건, 사고에 휩싸이며 구설수의 중심에 서있었다. 한 때는 대한민국 국민가수라고도 불릴 만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 세대를 아우르는 사랑을 받았던 그들의 추락은 날개 잃은 새 마냥 한 순간에 빠르게 이뤄졌다. 이번 컴백을 앞두고도 일부에서는 곱지 않은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여러 우려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빅뱅의 신곡은 발매되자마자 아이튠즈 33개 지역서 1위를 차지하며 월드와이드 차트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아름다운 멜로디와 진정성 있는 목소리는 언어의 장벽도 뛰어 넘었다. 전세계 팬들은 빅뱅과 함께 했던 찬란했던 시절을 기억하며 이들과 함께하는 또다른 사계(四季)를 두 팔 벌려 껴안았다.

‘정들었던 내 젊은 날 이제는 안녕’이라는 가사말은 마치 그들의 마지막 인사처럼 들렸다. 빅뱅과의 안녕은 팬들에게는 자신들의 청춘과 이별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빅뱅은 지난 2006년 데뷔해 ‘거짓말’, ‘마지막 인사’, ‘하루하루’, ‘뱅뱅뱅’ 등 수많은 히트곡을 쏟아냈고, 그 시절 10대, 20대였던 팬들의 청춘 배경음악에는 언제나 빅뱅의 노래가 있었다. 빅뱅은 동시대 청춘의 아이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옥스포드 사전에서 ‘청춘’은 “십대 후반에서 이십 대에 걸치는, 인생의 젊은 시절”이라고 정의돼 있다.

작가 민태원은 ‘청춘예찬’ 수필에서 “청춘은 인생의 황금 시대”라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교과서에서 주로 접한 이 수필에는 제목 그대로 청춘을 향한 예찬이 담겨 있다. 작가는 청춘이 이상을 지녔고, 그 소중한 가치를 헛되이 낭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인생에서 찰나의 순간에 불과한 청춘은 뒤돌아보면 아쉽고, 그립고, 아련해지는 어떤 시기다. 시간적으로도 그리고 감정적으로도 청춘의 유한함은 청춘을 더욱 고결한 존재로 부각시킨다.

작가 전하영의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소설에서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어느 프랑스 인류학자는 말했다. 인간의 자아는 나이 들어감과 상관없이 계속해서 젊은이의 영혼을 지닌 채 살아가는 비극적인 운명 속에 놓여 있다고.’

우리 마음 속에는 지울 수 없는 문신처럼 청춘이 자리잡고 있다. 청춘이 떠나간 듯해서 쓸쓸해질 때면 사무엘 울만의 시 ‘청춘’을 떠올린다. ‘청춘이란 인생의 한 기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이다’라고 울만은 노래한다.

매해 한 살씩 더해가는 나이는 붙잡을 수 없어도, 청춘만이 가진 맑은 정신은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한다. 빅뱅의 신곡 또한 헤어짐의 안녕이 아닌, 새로운 만남을 위한 안녕이길 기대하며.

<석인희 사회부>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