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향수는 발칸 산맥의 장미에서 나온다고한다. 그 가운데 가장 춥고 어두운 자정에서 새벽 2시 사이에 딴 장미에서 최고급 향수가 생산된다.
그 이유는 장미가 그러한 한밤중에 가장 향기로운 향을 뿜어내기 때문이다.
오늘 인생의 겨울을 지내는 이가 있다면, 거기서 행복을 건져 올릴 때 그것이야말로 발칸 산맥의 장미처럼 가장 향기로운 행복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자. 고통 가운데 영근 행복이 가장 진한 행복임을 잊지 말자.“(차동엽의 ‘무지개의 원리’ 중에서) 빈센트 고흐(Vincent Gogh)의 생애는 짧았다.
고흐는 37년을 이 세상에 머물렀다. 고흐가 화가로서 산 기간은 10년이다. 10년 동안 그가 남긴 그림은 무려 900여 점이나 된다.
고흐는 죽기 전 1년 동안(1889년 5월8일-1890년 5월 16일) 생폴드모졸 정신요양원에 머물렀다.
프랑스 남부 시골에 위치한 생폴드모졸요양원의 시설은 빈약했다. 입원 환자가 18명뿐이었다. 사람과의 따뜻한 사회적 관계가 필요한 고흐에겐 더욱 외로웠다.
설상가상으로 가장 가까웠던 후원자였던 조카 테오(Theo)와도 마음이 멀어졌다. 친구 화가 고갱과는 서로 싸우고 헤어져 마음이 불편한 때였다.
고흐가 죽기 전 마지막 일 년은 그의 인생의 가장 추운 마지막 겨울이었다. 고흐는 이런 불행한 환경 속에서 170여 점이 넘는 작품을 폭발적으로 생산했다. 이틀에 한 작품을 그려내는 초인적 활동이다. ‘별이 빛나는 밤’, ‘까마귀가 나는 밀밭’, ‘올리브나무와 밀밭’, ‘사이프러스가 있는 밀밭’, 자화상‘, ’침실‘, ’정오-휴식‘, ’씨 뿌리는 사람(모사)‘ 등은 모두 이 시기에 그렸다.
지독한 우울함과 고독을 일으키는 치명적 정신질환을 고흐는 어떻게 이겨내었을까. 실존적 상상력이다. 실존적 상상력은 집요한 관찰에서 나온다.
고흐는 밤하늘을 바라보기를 좋아했다.
가로등 하나 없는 생폴드모졸요양원 산자락에 어둠이 내리고 하늘에 별이 돋아나면 고흐는 잠자리를 박차고 밖으로 나간다. 사이프러스, 포도밭, 밀밭, 올리브나무 숲 위로 유리알 보다 다 많은 별들이 내뿜는 빛은 충만하다. 그 순간 어두운 고흐의 내면도 환한 빛으로 충만 해진다.
고흐는 조카 테오에게 쓴 편지에서 늘 말했다. “밤하늘의 별을 보면 나는 그 밤에 늘 꿈을 꾼다.”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는 말했다. “실존적 상상력은 수직으로 타오르는 촛불처럼 자아를 승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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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